용산개발 백지화…주민들 "잘됐다 vs 망했다"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3.09.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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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가보니]엇갈린 주민 반응…"추가 하락 vs 이미 바닥"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중산1차 시범아파트 벽면에 용산 국제업무지구 통합 개발에 반대하는 표어가 쓰여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구 이촌2동 중산1차 시범아파트 벽면에 용산 국제업무지구 통합 개발에 반대하는 표어가 쓰여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요. 그동안 아무것도 못했던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먹먹합니다. 다시 개발을 추진하는지 여부는 나중 문제죠."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주민 김모씨(여·67))

 "이제와서 구역해제라니 한강에 빠져 죽으라는 소리죠. 결국 서울시가 주민들 바람만 넣은 거죠. 원래대로 업무지구만 개발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자식들한테 빚만 물려주게 생겼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주민 최모씨(여·59))



 총 31조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던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지난 5일 서울시가 구역 해제를 예고하면서 사업지인 이촌2동(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동안 행사하지 못했던 재산권을 이제야 되찾았다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참담한 심정을 내비치는 주민들도 있었다.

 지난 6일 오전 찾은 서부이촌동은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회색빛 흐린 날씨 탓인지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아파트들 벽면에 적힌 개발사업 관련 표어들이 더 눈에 띄었다.



 대부분 비어있는 인근 상가들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보였다.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문을 열지 않는 상가들이 많았다. 특히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도 영업 중인 곳을 찾기 힘들었다.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개발제한에 묶였고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 대림아파트내 위치한 생존권 사수연합. / 사진 = 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구 이촌2동 대림아파트내 위치한 생존권 사수연합. / 사진 = 이재윤 기자
 구역 해제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쉰 주민들은 이제야 불안감을 떨쳐냈다며 환영했다. 서부이촌동 주민 김모씨는 "어차피 해제될 것이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풀어줬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재산권을 행사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개발을 반대해 온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시행자인 드림허브가 능력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백지화는 당연한 결과"라며 "특히 드림허브가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이촌2동 사유지를 담보로 집단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이제 주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도하게 받은 대출금을 보상금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일부 주민들을 빼곤 대부분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은 신속하게 정리될 것으로 본다. 서울시는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이라고 덧붙였다.

 통합개발에 찬성했던 주민들은 억울한 속내를 내비쳤다. 담보 대출 등으로 인한 피해가 큰 상황에서 사업까지 완전히 좌초되면 그 피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찬 서부이촌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총무는 "누구를 위해 사업을 망가뜨리는지 납득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구역 해제가 공고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실력 행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업이 다시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 총무는 "드림허브에서 코레일 새사장이 올 때까지 등기이전하는 걸 보류한다고 들었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시가 올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한 개발구역해제에 따른 대책에 대해 주민들은 대부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달 12일 구역지정 해제를 공고하는 한편, 연말쯤 기본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 2동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내 공인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 사진 = 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구 이촌 2동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내 공인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거품 더 빠진다' vs '이미 바닥이다'

 개발구역해제에 대한 인근 부동산 중개업계 반응도 엇갈렸다. 서부이촌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0년전 가격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6월 전용 60㎡의 북한강 성원아파트가 5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바닥이란 견해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메인 사업 외에 다른 개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M공인중개소 대표는 "용산구 아파트 상승률을 감안하면 개발구역이 해제되면 적어도 5000만~1억원은 오를 수 있다"며 "특히 2009년 이후 거래가 6건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개발구역해제는 사업주체였던 코레일이 용산 개발사업 토지대금으로 받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97억원을 지난 5일 오후 대한토지신탁에 상환하고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데 따른 조치다. 구역해제는 이달 12일 시보에 게재되는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내 아파트 벽면에 개발을 반대하는 표어가 붙어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구 이촌2동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내 아파트 벽면에 개발을 반대하는 표어가 붙어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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