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성큼, 급속충전 표준 '전쟁'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김남이 기자 2013.08.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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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충전 표준 자리 놓고 韓·日 vs 유럽·美 각축전… 국내 표준도 다양화해야

전기차 시대 성큼, 급속충전 표준 '전쟁'


기아자동차 '레이EV'와 르노삼성의 'SM3 Z.E'에 이어 한국GM도 '스파크EV'를 출시함에 따라 국내에도 전기차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준중형 전기차를, 기아차는 '쏘울'의 전기차 모델까지 선보일 예정이어서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차량가격과 부족한 급속충전 인프라는 전기차시대의 최대 걸림돌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주도하는 급속충전 방식은 국내 표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급속충전 표준 놓고 한·일 vs 유럽·미 '총성 없는 전쟁'=국내에 선보인 전기차들은 한 번 충전으로 130~14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일반전원(220V)을 사용할 경우 완전 충전에 8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전기차는 장거리보다 '시내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급속충전 인프라가 발달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높은 전압의 산업용 전기(380V)를 사용하는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20~30분 정도면 80% 이상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급속충전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업체별로 채택한 급속충전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급속충전 방식이 글로벌시장과 다를 경우 '국내용'과 '수출용'을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내에 수입되는 전기차 역시 국내 표준에 맞춰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현재 자동차업체들이 채택한 급속충전 방식은 크게 4가지다. 일본 도쿄전력이 개발한 '차데모'(CHAdeMO)와 독일과 미국업체들이 채택한 'DC(직류)콤보', 프랑스 르노의 'AC(교류)3상', 차데모의 변형인 '중국'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차데모방식을 채택했고 한국GM은 DC콤보, 르노삼성은 AC3상방식을 각각 적용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차데모와 DC콤보방식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차데모는 전기차 상용화에 가장 먼저 나선 닛산과 토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이미 급속충전기가 보급됐다. DC콤보의 경우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업체들과 폭스바겐, BMW, 아우디 등 독일업체들이 채택하면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다.

◇DC콤보, 급속충전 국내 표준도 서둘러야=국내의 경우 차데모와 AC3상방식에 대해서는 국내 표준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가지 방식으로 급속충전기를 제작·설치할 계획이다. 1개의 충전기로 2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멀티형 급속' 충전기를 연말까지 100여기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은 DC콤보형이다. 한국GM의 '스파크EV'나 내년 수입 예정인 BMW 'i3'도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DC콤보형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미터기'(AMI)와 충돌을 일으킨다. 모두 전력선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DC콤보 급속충전기가 가동되면 주변의 AMI가 오작동을 일으킨다.

AMI는 이미 80만호가량 보급이 완료됐고 올 연말이면 200만호로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 모든 계량기를 AMI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고속 전력선 통신방식은 우리나라가 개발했고 수출까지 가능한 상황이어서 간섭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DC콤보를 국내표준으로 채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간섭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기술적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전기차시장 활성화나 자동차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DC콤보방식 역시 표준 제정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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