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알다시피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는 단순히 선수들의 기량을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가를 겨루는 게임”이 된 지 오래다. 어느 구단이든 돈으로 살 수만 있다면 무조건 최고의 투수와 타자들을 사들여 성적을 올릴 수 있다. 베이스볼이 아니라 머니볼이 된 것이다.
살로먼브라더스 채권 세일즈맨 출신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가장 가난하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어떻게 그토록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 ”빌리 빈 단장이 선수들을 끌어 모은 오클랜드는 2002년 시즌에 뉴욕 양키스와 똑같은 103승을 거뒀는데, 오클랜드의 연봉 총액은 양키스(1억2600만 달러)의 3분의1도 안 되는 4000만 달러였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돈키호테 식 발상이었다. 이런 접근방식에 숨겨진 관점은 이렇다.“인간의 두 눈은 야구 선수와 야구 경기를 평가하기 위한 자료들을 찾아내기에 너무나 부적절한 도구다.”
빌리 빈은 이같은 통계 분석에 기초해 저평가된 선수를 데려왔고, 덕분에 저예산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월가에서 이 책에 환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공정한 게임을 이겨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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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빌리 빈 단장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가 거둔 최고 성적은 지구 우승 5회, 게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이겨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간 것은 2006년 딱 한 번뿐이고, 거기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4-0 스윕으로 패해 월드시리즈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했다. 빌리 빈의 한계일까.
여기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존 헨리다. 그는 금융시장과 야구 경기에서 발견되는 비효율성에 주목했고, 환상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대해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주식시장에서도 다들자기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착각과 시장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은 이런 편향과 잘못된 믿음에서 나오는데, 존 헨리는그것에 맞서 억만장자가 됐고 그 돈으로 2002년에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을 사들였다.
그는 빌 제임스의데이터분석을 신봉했을 뿐만 아니라 머니볼을 만들어내는 돈의 힘도 믿었다. 그래서 구단주가 된 뒤 거액을 들여 커트 실링과 데이비드 오티스 같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했고, 레드삭스는 86년만에 밤미노의 저주를 풀고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2007년에도 우승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부유한 팀이 된 LA 다저스의 요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역시 이론과 통계만 갖고는 안 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