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발전방안, 핵심 내용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3.08.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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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발전방안]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은 수준별 수능 폐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교육 현장이 교육부 뜻대로 움직여 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수준별 '영어' 시행도 전에 '폐지' 결정 = 교육부는 내년 수능부터 영어의 수준별 시험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모의평가 등에서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B형을 선택하며 입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한 만큼 빠른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어·수학의 경우 현재 고 1·2 학생들이 A·B형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해 수업중인 상황을 감안해 2016학년도까지는 수준별 시험을 유지하기로 했다. 학생의 신뢰이익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결국 현재 고3 학생들은 전면적인 수준별 시험을, 고 1~2학생들은 부분적인 수준별 시험을 보게되는 셈이다. 현재 중3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17학년도에는 수준별 수능이 전면 폐지된다.

◇수능 문·이과 폐지…학력고사 부활(?) = 교육부는 '수준별 수능'이 사라지는 2017학년도 이후의 수능을 어떻게 정비할 지에 대해 고민했다. 논의 끝에 그 동안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이과 구별 폐지'를 새로운 화두로 들고 나왔다.

세부적으로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현행 골격 유지안이다. 국어, 영어는 단일 시험으로 통합하고 수학은 문·이과별로 출제범위(가·나형)를 다르게 해 출제하는 것으로, 지난해 수능과 거의 똑같은 체제다.


제2안은 문·이과 일부 융합안이다. 국어, 영어는 단일 시험으로 치르고 수학의 경우 공통과목을 설정한 뒤 나머지 과목(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에서 1과목을 선택한다. 탐구영역은 학생이 선호하는 중심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하고 기타 영역에서 1과목을 선택한다.

제3안은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다. 문·이과 구분없이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공통 학업능력 측정을 위해 과목마다 출제범위가 동일하다. 한국사까지 필수이므로 체력장만 보태지면 과거 '학력고사'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는 당초 3안에 초점을 맞췄지만 청와대, 국회, 교육계 등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돼 '1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전과목 공부에 따른 학업부담 증가, 사교육비 증가 우려의 턱을 넘지 못한 것. 교육부는 이날 시안으로는 이례적으로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방안(1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NEAT 수능 연계, 400억 까먹고 '없던 일로' = 논란이 돼 온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뜻대로 됐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선택형 수능체제에 어긋난다는 비판, 타 과목과의 형평성 문제, 학업부담 및 사교육비 증가 우려 등이 제기됐지만 일본의 우경화 등에 맞서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수능-EBS 연계율은 현행 70%가 그대로 유지된다. 교육부는 당초 수능-EBS 연계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EBS 교재만 달달 외우는 등 교육현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교육비 감소에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는 현실론을 받아들여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했던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의 수능 영어 대체 방안도 '없던 일'로 결론냈다.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시스템 불안정의 문제, 추가 비용부담, 사교육 유발 가능성 등이 감안됐다. 교육부는 시험을 없애지 않고 토익, 토플 대체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능과 연계되지 않으면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개발비 약 400억원)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서 수능 반영 완화 유도…정시비중 높아질 듯 = 이번 방안에서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입전형 간소화'다. 모집시기별(수시·정시)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 운영을 위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반영을 완화(백분위 점수보다 등급 점수 사용 권장)하는 쪽으로 대학들을 유도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 이후에는 수시모집 종료 후에 수능 성적을 제공, 원천적으로 수능이 수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10월 최종안 발표 때 내놓을 예정이다. 수시는 수능 성적보다 학교생활기록부와 특기·소질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다만 대학들이 성적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교육부의 뜻대로 움직여 줄 지는 미지수다. 입시전문가들은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논술의 영향력이 대폭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별 전형방법을 수시 4개, 정시 2개 등 최대 6개 이내로 제한하는 것도 변화된 내용 중 하나다. 현재 많게는 한 대학이 12개 전형방법까지 활용하고 있어 대입전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6개 이내로 제한하면 전형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은 내년 정시모집(국립대 41개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15년 수시모집부터는 4년제대학 199개교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원서접수뿐만 아니라 대입정보 제공, 중복등록자 검증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가칭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2016년 3월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시스템에 최종합격자 일괄 자동발표 기능까지 넣어 미등록자 충원 반복에 따른 혼란과 대학의 행정력 낭비를 줄여보겠다는 목표다.

◇성취평가제 2019학년도까지 유예, 학생부 내실화= 교육부는 꿈과 끼 중심, 학교생활 중심의 대입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내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학생부 위주 전형의 경우 외부 실적 등 취지에 맞지 않는 자료 제출은 제한하고, 추가 전형 요소를 최소화해 학생들의 준비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공인어학 성적이나 교과 관련 외부 수상 실적 제출은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것. 교수, 입학사정관 등 평가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연수·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절대평가 성격의 성취평가제는 예고된 대로 내년 고1 학생부터 적용된다. 다만, 성취평가 결과의 대입반영은 2019학년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의 '준비 부족' 의견을 받아들였다. 교육부는 향후 3년간 성취평가제 운영상황을 지켜본 뒤 2020학년도 이후에 대입에 반영할 지 여부를 2016년 말에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기간 동안 성취평가제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평가 종합매뉴얼 보급 △교원 연수 강화 △성취평가지원센터 설치 △성적 부풀리기 감독 강화 △학생부 비교과 기재 방식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생과 고교를 배려하는 대학별 고사의 운영을 위해 △논술 일반과목 수준 이내 출제 △논술 문제 및 채점기준 공개 △문제풀이식 구술형 면접 및 적성고사 지양 유도 등의 대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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