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세든 극동빌딩, 생보협 직원이 새 이름 지어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3.08.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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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극동빌딩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극동빌딩


생명보험협회가 35년간 세 들어 살던 극동빌딩의 새 이름을 생보협회 직원이 지어 화제다. 입주기업을 상대로 벌인 공모전에서 생보협회 직원이 지은 '남산스퀘어빌딩'이 당첨되면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극동빌딩이 다음 달 '남산스퀘어빌딩'으로 명칭을 바꾼다. 1977년 건립된 지 36년만의 일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주인이 수시로 바뀌었던 극동건설의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차원이서 이뤄졌다.



상금 100만원의 1등은 생보협회 소비자제도부 직원에게 돌아갔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소비자제도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이름을 하나씩 공모했는데 이OO 직원이 1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상금의 일부를 부비로 쾌척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생보협회는 극동빌딩의 가장 오래된 장기 세입자다. 건립 초창기인 1978년 극동빌딩에 입주해 극동건설과 웅진 등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건물 주인을 여럿 맞고 또 보냈다.



한때 충무로의 '랜드마크'로 통했던 극동빌딩은 1977년 극동건설이 24층짜리 사옥으로 건립했다. 당시로는 상당히 고층이었는데, 위치 때문에도 관심을 모았다.

앞쪽으로는 남산을 마주하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와 안전기획부(안기부)를 굽어봤고, 뒤쪽으로는 청와대가 훤히 보인 때문이다. 서울시민회관, 대연각호텔, 서울지하철 1호선 공사 등을 따내며 한국 근대사를 주름잡았던 극동건설이었기에 이 자리에 사옥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물이 세워진 뒤 청와대와 안기부 등이 내려다보이지 않도록 검정종이로 창문을 모두 막아야 했다는 이야기도 입주 기업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온다.


그러나 극동건설은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성기가 끝난다. 국제종합건설에 이어 동서증권, 동서경제연구소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던 것이 화근이었다. 사옥이던 극동빌딩도 2002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아야 했다.

극동빌딩의 주인은 한 해 뒤인 2003년 론스타가 극동빌딩을 맥쿼리센트럴에 매각하면서 다시 바뀐다. 맥쿼리센트럴 역시 몇 년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며 극동빌딩을 떠났다.



그 사이 극동빌딩은 웅진그룹이란 새 입주자를 잠시 맞아들였다.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이 자회사들을 극동빌딩에 입주시킨 때문이다. 당시 웅진은 새한(현 웅진케미칼)을 인수한 데 이어 태양광 사업(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 설립)에도 진출하며 많은 자회사를 거느렸다.

하지만 웅진 역시 건설경기 악화, 태양광사업 부진 등으로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극동빌딩의 주인은 국민연금이다. 2009년 멕쿼리센트럴에서 5년짜리 투자용 부동산으로 극동빌딩을 사들여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회사를 통해 빌딩을 관리 중이다.

한편, 남산스퀘어빌딩이란 이름은 남산 근처라는 위치에 스퀘어(광장)이라는 의미가 결합돼 만들어졌다. 원래 극동빌딩은 일신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생보협회 고위 관계자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써서 당시로서는 이렇게 주차장이 넓은 곳이 없었다"며 "그런 의미에서도 상당히 잘 들어맞는 이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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