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꼼짝마" 증권범죄합수단 출범 100일(종합)

뉴스1 제공 2013.08.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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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건 60명 기소…환수액 189억여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문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부장검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100일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정회성 기자문찬석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부장검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100일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정회성 기자


# 1. 강모씨(42) 등 5명은 2011년 테마주 편입을 통해 주가매매로 이득을 볼 목적으로 사채를 끌어들여 지주사 역할을 할 코스닥 상장사 지아이바이오를 인수했다. 강씨는 이어 매출 실적이 거의 없는 제약업체 뉴젠팜과 LED 조명업체 엠에스엠텍을 헐값에 사들였다. '바이오 테마주' 및 'LED 테마주' 편입을 통해 주가 시세 차익을 얻으려 한 것이다.

강씨 일당은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에게 췌장암 치료약 임상실험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촌극을 벌이는 등 화려한 '언론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다. 사업 계약 체결 등 허위로 작성된 보도자료 12건을 뿌리고 사업이 순항하는 것처럼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워 모두 13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 2. 예당미디어 대표 변차섭씨(50)는 지난 6월3일 모회사(예당컴퍼니) 회장인 형 고 변두섭 전 회장이 서울 서초구 예당빌딩 지하에서 목을 매 숨졌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도 변씨의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갔다. 형의 사망소식이 알려질 경우 주가가 폭락할 것을 예견한 변씨는 이 사실을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변씨는 다음날 서둘러 차명주식 250여만주를 팔아치운 뒤 보도자료 등을 통해 형의 죽음을 알렸다. 예상대로 형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예당의 주가는 즉시 대폭 하락했고 미리 주식을 팔아 대응했던 변씨는 14억여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사정당국의 추적 가능성을 우려한 변씨는 주식을 판 돈 8억여원을 수표로 바꿔 집 형광등 밑에 숨겨두기도 했다.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 하에 실행된 주가조작이었지만 이들이 쇠고랑을 차기까지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증권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으로 꾸린 증권범죄합수단(단장 문찬석 부장검사)이 집중 수사에 나섰기 때문.

주가조작 등 날로 지능화되는 증권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5월 출범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0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합수단은 지난 4월18일 정부가 발표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1년을 기한으로 출범했다. 1년 활동기한 후에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기한 연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합수단은 주가조작 사건 14건을 수사해 기업 경영진과 최대주주, 주가조작꾼 등 81명을 입건하고 이중 31명 구속, 29명 불구속기소 등 성과를 올렸다. 또 도주한 21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44명이 연루된 18건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

수사 결과 총 24건의 범죄에 대한 189억여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거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이 전폭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서 사건을 파악한 후 곧바로 합수단에 보내 수사하도록 하는 '패스트 트랙' 도입이다.

패스트 트랙을 통해 보낸 긴급·중대 사건 6건은 검찰 접수 후 평균 10일 만에 신속한 수사 착수가 이뤄졌다.

또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사건 전달 경로가 대폭 단축돼 금융당국에서 검찰로 사건을 이첩하는 기간을 최소 1년에서 2.5~4개월로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주가조작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금감원에서 계좌추적 절차를 거친 뒤 증선위롤 거쳐 검찰로 사건을 보내 왔다.

이 과정에 보통 4~6개월이 소요됐지만 합수단 출범 후 사건을 중요도 별로 나눠 처리시한을 대폭 줄였다.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받으면서 검찰 내 수사 처리시한도 평균 123일에서 26일로 대폭 줄어들었다.

금융위는 패스트 트랙 대상 사건 선정 주관, 금감원은 회계자료와 거래자료 분석·수집, 한국거래소는 거래단계 자료 분석, 예금보험공사는 자금추적과 범죄수익 환수, 국세청은 자금추적과 포탈세금 추징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도 유기적으로 구축했다.

수사과정에서도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엄단 원칙을 세워 핵심 피의자의 구속 비율을 2010~2012년 사이 평균 4.9%에서 51.7%로 대폭 끌어올려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엄단한다'는 메시지를 주식시장에 전달했다.

주가조작 범행 배후에서 자금을 대던 최대주주, 임직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공동정범으로 의율해 엄단 의지를 드러냈다. 보통 벌금형에 그치던 '쩐주'들에 대해서도 전원 기소 방침을 정했다.

고발에 치중하던 과거(2010~2012년 고발사건 비율 60.2%)와 달리 인지수사 비율을 62.2%로 높여 적극적인 범죄 혐의 포착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주가조작 엄단 방침과 함께 합수단 발족 후 '불공정거래 심리종목 발생건수'는 월 평균 32건에서 24건으로 25% 가량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의 불공정 예방조치 건수도 5월 441건에서 7월 361건으로 줄어드는 등 범행시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또 범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감시팀을 조직해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주가조작 범죄의 주요 피해자들인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들의 이득금 반환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소액주주 피해가 큰 상장폐지 업체의 경영진에 대해서도 신속 수사 방침을 정했다.

한국거래소는 9월까지 '투자자 소송 지원센터'를 만들어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범죄수익에 대한 적극 환수에도 나서 총 24건 188억9200만원을 환수했거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5건의 범죄에 대한 45억1200만원은 이미 환수조치가 끝났고 법원에서 9건 143억8000만원에 대한 추징보전명령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국세청을 중심으로 세금 탈루에 대한 과세조치도 진행 중이다. 합수단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탈세정보를 국세청에 넘기고 국세청이 즉각 탈세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합수단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유관기관간 긴밀히 협조해 '주가조작 범죄 엄단'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고 신속한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 범죄수익 박탈과 수액주주 보호에 중점을 두고 합수단을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찬석 단장은 "지금까지는 증권범죄 수사가 평면적 체계였다면 지금은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체계로 바뀌었다"며 "주가조작 세력들이 조직화·대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동시다발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그 효과가 100일간 나타나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한편 금감원 특별조사국, 금융위 조사과 등이 신설되면서 업무가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손주형 금융위 과장은 "모두 4·18 주가조작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사건의 인지와 조사·수사를 빨리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병립·양립이 가능한 종합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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