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7,790원 ▼190 -2.38%)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96.31% 지분을 차지한 오릭스는 그동안 개별협상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
13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오릭스는 지난 주말 STX에너지 매각을 위한 거래 주관사로 유럽계 IB(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딜을 초기화했다. 이 딜에는 포스코에너지와 GS에너지, 삼탄그룹, SK E&S 등이 강한 원매자로 나선 상태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오릭스는 STX에너지가 국내에서 전력생산에 기여하는 발전 기간산업을 맡고 있다는 점을 부담스럽게 여겨 급속한 재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STX의 재정 도우미 역할로 한국에 투자했다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이미지가 퇴색한 것도 시급한 재매각의 원인이 됐다.
오릭스는 6500억원(제비용 포함) 가량에 확보한 STX에너지를 한 달 만에 100% 기준 1조원 안팎에 매각하기 원하고 있다. 매각구조는 60~80%를 발전 사업이 가능한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고 자신들은 10~20% 지분을 남겨 경영개선에 따른 추가차익을 노리는 형태로 계획됐다. 오릭스는 이 매각을 자체적인 방법으로 7월 말부터 시작했다.
오릭스는 그러나 자체적인 매각 시도가 경쟁구도 조성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원활하지 않자 거래를 잠정 보류하고 9월께 딜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GS 등 대기업 원매자들이 줄을 섰지만 STX그룹과 잔금 거래를 끝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허겁지겁 재매각을 추진하다보니 개별협상이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성과도 나지 않았다. 포스코 등 원매자들은 오릭스가 1조원짜리 거래를 원하면서 제대로 된 실사 보고서(IM)도 내놓지 않고 잠정 가격제안만 제출하라 독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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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릭스는 한국사무소에 이종철 지역대표를 제외하면 2명의 매니저만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오릭스는 STX에너지 매각이 정치 이슈화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핵심자산이 발전 기간산업이고 취득과정이 원활치 못했던 점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여기에 취득시점에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수천억원의 차익을 얻고 국내 대기업에 매각할 경우 상거래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세무나 금융당국이 개입할 경우 재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거래 관계자는 "1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매각하려는 실무자들이 세부적인 사업현황이나 개별 프로젝트 진척상황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릭스는 STX에너지 인수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잡음이 새어나오자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거래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