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지원확대…고교서열화 완화될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3.08.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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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은 고교 교육의 '수평적 다양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성 확대, 재정지원 강화로 일반고의 역량을 높이면서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자율·특목고의 위상은 낮춰 수직적 고교 서열화를 극복해 보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일반고에 대한 재정지원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학생 선발권 혜택으로 이미 우수학생 '포식자'로 성장한 자율·특목고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반고는 수준낮은 학교(?) = 현재 전국의 일반고는 1524개교로 전체 고교의 65.7%를 차지한다. 학생 수는 135만명(71.5%)에 달해 고교생의 대다수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선발권, 교육과정 자율성 등에서 특목고나 자율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아 일반고는 '수준이 낮은 학교'로 인식돼 왔다. 일반고 입장에서는 우수학생을 자율·특목고가 선점한 상태에서 수능 성적으로 단순 비교 당하니 억울함이 이만전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다양화 정책이 '특색있는 교육'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학교서열화'라는 부정적 효과가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면서 이러한 불만은 더 커지게 됐다.

◇일반고 '기'를 살려라 = 이에 교육부는 일반고에 대해 학생 선발권은 주지 못하더라도 교육과정 자율권, 재정지원 강화 등은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경우 현행 필수이수단위를 116단위(1단위는 주당 1시간 운영)에서 86단위로 줄여 학교자율과정 이수범위를 64단위에서 94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필수이수단위는 말 그대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수업시간으로, 학교장이 손을 댈 수가 없다.


하지만 자율과정 이수단위는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이 가능해 학교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로 체육·예술이나 생활·교양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대학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많은 학교들이 자율성을 '국·영·수' 강화로 오용하고 있어 교육부는 일반고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부여하더라도 국·영·수가 전체 이수단위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체육·예술, 생활·교양 교육도 현행보다 줄이지 못하도록 했다.

과목별 이수단위 증감 범위도 현행 1단위(5±1)에서 3단위(5±3)로 확대한다. 교육부는 일반고, 자율학교, 자공고의 필수이수단위 및 과목별 이수단위 증감폭을 각각 86단위, 3단위로 통일하는 안을 오는 10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재정지원의 경우 일반고 전체에 내년부터 4년간 교당 연평균 5000만원을 특별교부금으로 일괄 배정하기로 했다. 재정지원이 없는 455개교는 우선 지원 대상이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해 학생수가 많은 일반고에 교원을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교육부는 이 밖에 △학교내 진로집중과정 개설 및 권역별 중점학교 확대 △학교간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 확산 △취업희망자의 특성화고 입학기회 확대 △직업교육 대안교육기관 신설 및 일반고 직업반 내실화 △일반고-특성화고간 '진로변경 전입학제' 시행 등 일반고 진로직업교육 강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자율·특목고는 감독 강화=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자율고와 특목고에 대해서는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반고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자공고는 지정기간(5년) 종료 후 일반고로 전환된다. 부당 특혜 지적이 제기돼 온 자공고의 후기 우선 선발권도 2015학년도부터 폐지된다. 자공고 116개교 중 38개교가 이에 해당한다.

자사고의 경우 5년 단위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학교는 지정취소된다. 내년 상반기부터 평가를 엄격히 해 법정 법인전입금 미납, 입시위주 교육 및 선행교육 실시, 입시전형 관련 비리 학교 등의 경우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입학부정, 회계부정 등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자사고는 지정기간 중에도 교육감이 지정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평준화지역에 소재하는 자사고(39개교)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사회통합전형은 폐지된다. 비평준화지역에 소재하는 자사고 5개교(하늘고, 용인외고, 북일고, 김천고, 은성고)는 종전과 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지만 사회통합 전형은 유지해야 한다.

다만,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의 경우 오히려 자율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종교교육 허용 확대, 사회통합 전형 폐지, 교장공모 자격요건 완화,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에 대한 지도·감독도 강화된다. 시·도교육청별로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주기적 점검 및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입학전형에 대한 정기적 감사를 실시한다. 성과평가 기한(5년)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이과반, 의대준비반 운영 등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목고는 지정취소된다.

◇고교서열화 완화까지는 어려울 듯= 이번 대책으로 일반고의 위상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고교서열화를 완화시킬 정도로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자공고를 만들 때 연간 교당 1억~2억원씩 많게는 5년간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자공고가 특목고 수요를 흡수할 정도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일반고에 교당 4년간 연평균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공고 재정지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원을 하는 데에는 의의가 있겠지만 고교 서열화를 완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특목고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중대한 입시비리를 저지른 영훈국제중에 대해서도 교육당국은 그 동안 '지정취소'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통령이 나선 다음에야 교통정리가 되고 있지만 교육감은 여전히 '지정취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내 식구 감싸기' 정서가 교육계에 매우 강한 영향이다.

특목고 지정취소가 정치권의 단골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 보수 등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기돼 학교 현장이 정치 바람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것.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곧바로 지정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선언적 수준의 대책이지 실제로 지정취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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