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돈을 투자하지 말고 마음을 투자하자"

더벨 황건강 기자 2013.08.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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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펀드매니저 열전②]문주철 IBK캐피탈 IB본부장 "내년에 8개 기업 IPO 기대"

더벨|이 기사는 07월23일(10:4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투자수익만이 아니라 벤처기업의 미래까지 고민하는 운용사가 있다. IBK캐피탈은 투자 규모나 실적보다는 IBK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타고난 DNA에 더 무게감을 둔다. IBK캐피탈 펀드매니저들은 성과보수를 받지 않는다. 성과보수보다 시장과 산업에 필요한 투자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IBK캐피탈의 독특한 DNA를 대표하는 위치에는 문주철 IB본부장이 있다. 문 본부장의 사무실에는 "돈을 투자하지말고 마음을 투자하자"라는 다짐이 적혀 있다. 수익을 예측하고 투자를 검토하는 도중에도 잊지 말아야 하는 다짐이라는 설명이다.
문주철 IBK캐피탈 IB본부장(상무)
그렇다고 문 본부장이 맡은 조합의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올 상반기에 결성한 펀드 규모만 1000억 원이 넘는다. IBK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신기술금융 부문에서 9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덕분에 금융부문을 포한한 IBK캐피탈의 전체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428억 원을 달성했다.



◇중소기업은행 출신, IBK캐피탈 창투조합 자금운용 25년

문주철 IBK캐피탈IB본부장의 이력은 두줄 뿐이다. 1984년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후 중소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1989년 1월 IBK캐피탈에 합류했다. IBK캐피탈이 창업투자조합자금 운용 업무를 개시하고 두달 뒤였다.

문 본부장의 이력은 곧 IBK캐피탈의 역사라고 할 만 하다. 지금까지 문 본부장의 손을 거친 조합만 15개다. 30개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6개 업체는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exit)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이디벤처스와 함께 결성한 'IBKC-IDVIP전문조합'의 공동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고, 올해들어 'IBK금융그룹동반성장투자조합'과 'IBKCIPValue-up투자조합', 'IBK금융그룹문화콘텐츠IP투자조합'을 맡고 있다.



문 본부장이 처음 맡았던 조합은 1994년 결성한 '기업투자조합 4호'였다. 1996년에는 '기업투자조합 7호'를 맡았다. 당시에는 코스닥시장도 없었던 시기였다. 문 본부장은 개별적으로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거래를 진행했다.

당시 투자했던 회사들은 한화시스템, 로커스, 네스테크 등이다. 한화시스템에는 3억3000만원을 투자해서 120억 원을 회수했고, 로커스에는 2700만 원 투자해서 80억 원을 회수했다. 두 조합은 각각 23.2%와 18.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2001년과 2002년에 차례대로 청산됐다.

문 본부장은 "당시에는 3년 정도 기한을 정해서 주식을 다시 사달라고 하는 방식이었는데 수익은 많이 냈다"며 "하루에 50억 원이 오가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다보니 전략적인 투자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원칙, CEO의 역량·핵심기술로 평가

문주철 본부장의 투자원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대표이사'와 '핵심기술'이다. 투자 대상업체 대표이사의 경영능력과 철학은 벤처투자업계에서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그러나 문 본부장은 대표이사의 경영능력의 중요성을 가장 높게 본다.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몇가지 조건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문 본부장의 요청사항은 경험에서 나왔다. 우선 접대영업을 최대한 줄여 달라고 부탁한다. 접대를 통해 영업을 하면 단발적인 실적을 낼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실적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친인척을 회사에 들이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반드시 한다. 친인척이 회사에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평범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꼭 직원들에게 베풀 것도 요청한다. 두 가지 모두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시한 조건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평가 대상이다. 문 본부장은 2007년 투자했던 씨티티넷에서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던 경험이 있다. 투자 결정에 확신이 없었으나 모회사인 골든프레임이 상장사였고 풋옵션이 부여됐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투자가 집행되고 1년 반만에 골든프레임은 상장폐지됐다. 결국 씨티티넷은 'IBKC Start Up 제1호조합' 투자내역 중에서 유일하게 회수금액 없이 손실 처리된 투자로 기록됐다.

문 본부장은 "네비게이션을 조립해서 판매하는 씨티티넷은 지도마저도 다른 업체에서 가져다 쓰던 회사였다"며 "이후로는 어떤 조건이 붙어도 핵심기술 없이 단순 조립만 하는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 원칙이 생겼다"고 말했다.

◇내년 8개 업체 IPO 예상…IB본부서만 순익 300억 원 목표

문 본부장의 투자전략은 '길목지키기'다. 산업 동향을 꾸준히 분석한 후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 태양광 업체에 투자했던 대다수 운용사들이 손실을 기록할 때, 문 본부장은 태양광으로 수익을 냈다. 지난해 화의절차에 들어갔던 세미머테리얼즈는 20억 원을 투자해 2010년에 61억 원을 회수했다. 네오세미테크에도 8억 원을 투자해서 60억 원을 회수했다.

문 본부장은 "벤처투자는 산업의 방향을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과 직결된다"며 "태양광 쪽을 유연하게 보다가 투자를 했고, 밸류에이션이 올라갔을 때 투자를 회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주철 본부장은 최대 8개 업체가 상장(IPO)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7번방의 선물' 배급사로 유명한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내년에 코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본부장은 지난해 4월 'IBK금융그룹중기상생투자조합제2호'를 통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세경하이테크도 내년 상장이 예상된다. 문 본부장은 'IBK금융그룹동반성장투자조합'을 통해 세경하이테크에 세번째 투자를 결정했다. 이밖에도 동구제약과 비씨월드제약도 내년 상장을 추진중이다. 문 본부장은 2009년 3월 결성된 'IBK금융그룹중기상생투자조합제1호'를 통해 각각 6%와 6.7%의 지분에 투자했다.

높아만 가는 수익률에 문 본부장은 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윤희 IBK캐피탈 대표와 후배들 사이에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표이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투자조합 규모를 확대하며 IBK캐피탈내 IB본부가 선순환구조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본부장은 "지난해에만 800억 원에 가까운 조합을 결성했고 올해에도 1000억 원에 달하는 조합을 맡게 됐다"며 "IB본부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이기에 앞으로의 성과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주철 IBK캐피탈 IB본부장(상무) 이력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졸업(1984년)
△중소기업은행 입행(1984년)
△IBK캐피탈 입사 (1989년)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전략·벤처경영학과 졸업 (2006년)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벤처전문기술학과 박사과정(2011년)
△IBK캐피탈 IB본부장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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