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STM코퍼레이션, 오정현의 비자금 '허브'

더벨 권일운 기자 2013.08.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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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P 오정현 대표의 머니게임③]대여금 형태로 잇따라 자금 유출...매각 여부 '의문'

더벨|이 기사는 07월12일(16:03)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오정현 SSCP 대표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STM코퍼레이션을 '비자금 허브'로 활용했다. STM코퍼레이션으로 집결된 비자금은 주로 대여금 형태로 오 대표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나 개인 계좌로 유출됐다.



매년 300억 원대 매출액과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STM코퍼레이션은 2011년 회계년도에 돌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당해년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80억 원 가까이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낸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오 대표가 잇따라 회삿돈을 빼내고 채무보증을 덧씌우는 데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 유증 때마다 증자 대금 고스란히 대표이사 대여금으로 유출

STM코퍼레이션은 SSCP가 생산하는 각종 화학제품의 유통과 물류를 담당해 왔다. STM코퍼레이션이 영위하는 사업은 일반적인 유통이나 물류업과는 달리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 까닭에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 왔다. 세간에 알려진 바처럼 실체가 모호한 유령회사는 아니었다.



지난 2006년 말 설립된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STM코퍼레이션은 2007년 4월 자본금을 80억 5000만 원으로 대폭 확충했다. 2009년 6월에는 100억 원을 추가로 유상증자, 자본금이 180억 5000만 원까지 늘어났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 당시 신주는 액면가(5000원)에 발행됐다.

STM코퍼레이션의 자본금은 2년 만에 180억 원이 넘게 늘어났지만 주주 구성은 바뀌지 않았다. 겉으로만 봐서는 오 대표가 180억5000만 원이나 되는 개인 돈을 STM코퍼레이션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상은 달랐다. STM코퍼레이션이 자본을 확충할 때마다 대여금 형태로 자본 증가분보다 더 많은 금액이 유출됐다. 80억 원을 유상증자한 이듬해인 2008 회계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은 176억 1996만 원으로 전년보다 41억 원이나 늘었다. 100억 원을 유상증자한 다음해인 2009년에는 대여금이 전기 대비 181억 1863만 원 증가했다.


이들 거래가 이뤄질 당시 오 대표는 STM코퍼레이션 대표이사직을 차희태 대표에게 넘겼다. 차희태 대표는 SSCP의 계열사인 알켄즈의 대표를 맡기도 한 인물이다. 따라서 해당 대여금은 명목상으로는 차 대표에게 제공됐다.

결론적으로 대여금은 차 대표가 아닌 오 대표에게 향했을 개연성이 크다. 최대주주이자 여전히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오 대표의 재가 없이 수백억 원 의 대여금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경영인인 차 대표가 개인적 차원에서 사업을 펼치거나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거금이 필요할 리 없다. 이런 이유에서 오 대표 대신 차 대표의 명의로 대여금을 제공받았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린다.

◇ 험블휴머니티 EB 취득 무렵 대표이사 대여금 '원위치'

STM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은 당좌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2007년의 경우 전체 당좌자산 36억 원 가운데 대표이사 대여금으로 34억 5000만 원이 제공됐다. 이듬해에는 당좌자산이 288억 원 까지 늘어났지만 대표이사 대여금도 18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1000만 원을 넘지 않았다.

이같은 STM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험블휴머니티 교환사채(EB) 취득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대차대조표에 드러난 숫자만 볼 때 STM코퍼레이션이 원금 기준으로 총 300억 원, 연복리 12%에 달하는 이자까지 지급해 가며 300억 원 규모의 EB를 매입한다는 것은 무리다.

해답은 험블휴머니티 EB 매입 시기를 전후한 STM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대여금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 STM코퍼레이션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험블휴머니티 EB를 한창 매입하던 2009년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이 176억 1900만 원에서 45억 1600만 원으로 급감했다. 거꾸로 보면 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빼돌린 오 대표 측이 일부를 되돌려 놓은 셈이다.

비슷한 시기 STM코퍼레이션의 부채도 대폭 증가했다. 2009년 738억 3400만 원이던 부채 총계는 2010년 1124억 8700만 원으로 52.3%나 늘어났다. 특히 단기차입금은 전년 대비 480억 원이나 증가했다. 대신 유가증권과 예금 등 회사가 보유한 유동자산 상당 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STM코퍼레이션




◇ 오정현 대표, 비자금 '허브' 매각해 또다시 비자금 마련?

STM코퍼레이션은 2011년 회계년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1년 2월 28일에 오정현이 보유한 주식 361만 주를 홍콩 소재의 SSCP Holdings(HongKong)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거래 완료일은 같은 해 5월 31일이었다.

하지만 2012년도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STM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오정현"이라고 나타나 있다. 매매 계약이 해지됐을 수도 있지만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대현회계법인의 실수일 수도 있다. 2011년 4월 20일 오 대표가 STM코퍼레이션의 사내이사에서 사임하는 등 경영진이 완전 교체됐다는 점을 볼 때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 변동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STM코퍼레이션 인수 계약을 체결한 SSCP홀딩스 홍콩(SSCP Holdings(HongKong))은 SSCP의 100% 자회사다. 삼성베스트뷰 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던 이 회사는 SSCP의 중국과 태국 생산 법인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슈람 인수합병(M&A)을 계기로 현지 법인이 슈람의 손자회사로 편입돼 SSCP홀딩스 홍콩은 껍데기 뿐인 회사가 됐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STM코퍼레이션이 실제로 매각됐다면 매각 대금은 오정현 대표 개인의 몫이 됐을 것"이라며 "SSCP홀딩스 홍콩은 슈람 M&A 이후 페이퍼 컴퍼니나 다름없는 회사가 됐지만 오 대표 입장에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성사시켜 준 소중한 존재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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