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부동산 포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송학주 기자 2013.08.07 17:45
글자크기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데는 막강한 온라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광고시장의 독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그동안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부동산정보업체 등을 비롯한 중개업계는 공룡기업 네이버의 골목시장 진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구범 부동산114 대표는 "2009년 138억원이던 매출이 네이버가 확인매물을 시작하면서 2012년 88억원까지 떨어졌다"며 "네이버가 정보업체들이 제공한 매물을 허위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공인중개사들이 비싼 돈을 내고 포털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부동산 매물정보 수익이 포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의 주장대로 포털에서 허위매물이 사라졌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네이버 부동산정보를 확인해보면 전세매물 품귀현상을 보이는 지역에 과다한 매물이 등장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심지어 단지 전체 가구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매물이 올라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 7월 20일 포털엔 넘쳐난다는 전세 매물…품귀 '왜?' 참고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네이버 부동산이 전체 매출액의 1%도 올리지 못한 사업이다. 수익성이 아닌 정보제공에 무게를 뒀다"고 항변했지만, 부동산 중계업계는 비싼 광고료가 허위매물이나 중복매물을 올리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신반포역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포털 매물 등록비로 매달 15만원 정도 쓰고 있어 부담"이라며 "등록조차 안하면 전화 한통도 없다. 거래가 끝나더라도 매물정보를 놔두는 게 상식이 됐다"고 털어놨다.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하려면 2주 노출 기준 건당 1만1000원의 비용이 든다. 비용 부담을 우려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거래됐거나 중복된 매물이더라도 전화전호 노출을 위해 온라인에서 삭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별도로 대응을 하지 않은 탓도 크다. 투명한 부동산 거래시장을 만들겠다던 네이버가 오히려 중복·허위매물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속매물제가 없어 벌이지는 한계"라며 "허위매물이나 거래완료매물을 등록할 경우 2주간 매물등록을 금지하는 등 페널티 제도를 두는 등 검수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네이버 독식으로 부동산정보업체 '파산'

 네이버가 부동산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도를 뒤엎은 것은 2007년부터다. 이때 시작한 부동산 서비스를 발판으로 2009년부터 정보업체를 통하지 않고 중개업소를 바로 회원사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직접 영업'을 시작했다.

 30만~60만원 정도의 연회비를 받아 중개업소를 회원사로 가입시키면서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주 수입원이 가맹업소들의 연회비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네이버를 비롯한 종합포털업체들의 부동산 서비스 강화로 추세로 수익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1999년 설립된 부동산1번지(옛 스피드뱅크)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주차설비 제조·시공회사인 성림피에스에 매각됐다. 실적도 곤두박질쳐 당기순이익은 2009년 9억2298만원에서 2010년 7365만원으로 추락했다. 2011년엔 순순실이 32억5315만원, 지난해는 8억4777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2011년 8억90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13억원 정도로 늘었다.

 현재 국내 부동산 정보 시장은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업체가 절반을, 나머지는 부동산정보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어느새 시장 절반 이상을 잠식했다는 뜻이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등 포털이 시장을 절반 이상 잠식했다지만 체감 점유율은 70%가 넘는다"고 밝혔다.

 ◇부동산정보업체 '환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네이버의 발표에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R정보업체 관계자는 "경기불황 탓도 있지만 네이버 등이 매물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 정보업체들의 파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과거와 같이 활성화되지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B정보업체 관계자도 "최근 경영난으로 직원을 대폭 구조조정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아예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건설사 분양, 홍보 대행사업에만 힘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예전처럼 가맹 중개업소 영업을 통해 수익 증대가 기대되는 만큼 인원 충원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D업체 관계자는 "네이버가 부동산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며 "예전처럼 정보업체들이 포털에 입점하는 형식이 되면 입점료를 요구하거나 DB(데이터베이스) 제공 등 불공정계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