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의심받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3.07.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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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의심받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있는 것 같나?" "지금 행태를 보면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정부가 (북측에) 마지막 실무회담을 제의한 건 공단 폐쇄 명분 쌓기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 비상대책회의에서 3명의 대표가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123개 입주기업 대표와 법인장, 임직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남북 6차 실무회담 결렬과 정부의 마지막 대북 남북 실무회담 제의를 계기로 정부의 공단 정상화 의지가 의심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대책회의에서 만난 한 입주기업 대표 A씨는 "생산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바이어의 계약해지 등 이탈로 간접적인 피해가 수십억 원에 이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이탈한 바이어가 돌아올지 미지수인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입주기업의 불만은 지난 25일 남북 실무회담 결렬로 촉발됐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시종일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회담을 그르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정부의 전제조건인 가동중단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대해 여지를 뒀다는 게 이유다.

입주기업 대표 B씨는 "6차 실무회담 합의서 초안에서 북측도 재발방지 대책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다소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며 "정부가 실무회담에서 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않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실무회담 결렬 직후 '중대한 결심'을 언급한 뒤 나흘만인 29일 북한에 마지막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도 입주기업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당사자인 입주기업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른 입주기업 대표 C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입주기업을 생각하면 정부가 중대결심이나 마지막 실무회담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낸 것"이라며 "입주기업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알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자 상당수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공단 '폐쇄'를 염두에 두고 명분 쌓기용으로 마지막 대북 실무회담을 제의했다는 격양된 반응마저 내놓고 있다.

입주기업 대표들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의 남북 간 신뢰 구축이라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유창근 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얘기하는 데, 바이이어들에게 신뢰를 잃은 기업의 신뢰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간접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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