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ews1 한재호 기자
이 회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간판을 내세워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을 ‘방패막이’ 또는 '로비창구'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고소영·장동건'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사)과 '장동건'(장로 출신·동지상고·건설업계)을 합친 뜻이다.
첫째는 청와대 이너서클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물론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과 자주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고대 선후배 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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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세모임인 '6인회' 멤버인 천 회장과는 두터운 교분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자회사인 엠넷미디어가 MB정권 초기인 지난 2008년 4월 세중나모여행 계열사인 세중디엠에스 주식38만여주를 37억1000만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관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막역지우인 천 회장이 이 회장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실제 이 회장은 2008년 비자금을 관리하는 그룹 재무팀장의 청부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천억원대 비자금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해명하자 세금 1700억원을 자진 납부받는 선에서 조사를 끝냈다.
당시 국세청 안팎에서는 천 회장이 한상율 국세청장에게 입김을 불어넣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또 2009년 CJ그룹이 천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천 회장을 세무조사 무마 로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이 회장도 세 차례 소환조사를 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비슷한 시기인 2009년에는 대통령의 측근인 곽 당시 미래기획위원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신인 여자연예인이 동석한 술자리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불거지기도 했다.
CJ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세무조사가 집중되던 2008~2009년 이 회장이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 성층권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회장의 두번째 학연은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핵심 관계자다.
CJ그룹 비자금 관리 '총책'이자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 국세청 고위관부들의 '연락책' 역할을 맡았던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 회장-신 부사장-허 전 차장은 고려대 법대라는 학연, 허 전 차장과 전 전 청장은 행시 선후배에다 강원도 출신이라는 지연 등으로 얽혀있다.
신 부사장과 허 전 차장은 고려대 법대 74학번 동기이고 이 회장은 고려대 법대 80학번으로 이들보다 법대 6년 후배이다.
지난 5월 CJ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특수2부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이 회장과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최근 CJ의 사외이사로 영입된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도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이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거론된다.
마지막 학연은 정치권으로 경복고·고려대 출신인 이 회장과 여권 실세들의 친분설이 파다하다.
CJ그룹이 케이블방송사 인수 등 최근 몇 년간 각종 사업을 확장하거나 비자금 및 세무조사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 로비 의혹 수사가 정치권·검찰·경찰·방송통신위원회 등 비호 세력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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