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온 '로이'씨 15개월만에 은행 정규직원 되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3.07.11 17:52
글자크기

-기업은행 박로이 계장

사진=기업은행 제공 사진=기업은행 제공


"인도에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박로이(35세·사진)기업은행 계장은 또박또박 자기의 꿈을 말했다. 그는 이번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5급 정규직 행원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주민 특별채용으로 입사한지 1년 3개월 만이다. 입사당시는 시간제 계약직으로 매년 계약을 맺어야 했다.

박 계장은 "정식 채용은 상상도 못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기업은행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며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원래 네팔 출신이다. 인도에서 네팔로 가는 기차 안에서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 인도의 명문대인 델리 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4년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이어 3년 뒤인 2007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박'이라는 성은 아내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의 원래 꿈은 은행원이었다. 처음 한국에 와서도 금융권 일을 하고 싶어 서울대학교 MBA(경영전문대학원)과정을 알아보기도 했다. 기회를 찾지 못한 그는 지난해 기업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실시한 다문화가정 채용에 합격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내 서여의도 지점에 배치된 그는 경기도 화성, 양평, 안성 등에 위치한 외국인 연수원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는 공장을 다니면서 통장 개설 등 마케팅을 했다. '월 평균 2000여 명' 그가 지난 1년 3개월 동안 유치한 고객 수는 3만 명에 이른다.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국적도 다양하다.

워낙 성격이 서글서글해 붙임성이 좋지만 뛰어난 외국어 실력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영어, 파키스탄어, 인도어, 네팔어, 한국어 등 5개국어가 가능하다. 입행하기 전에 외국인 지인들과 맺은 인연들도 도움이 됐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종합상담센터에서 한국 비자관련 상담을 하고 주한네팔대사관에서 노무담당 행정 업무 등을 맡았었다.

마케팅 영업뿐 아니라 네팔 투자 은행과의 환거래계약 성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네팔투자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 동창생을 통해 은행 글로벌사업본부에 다리를 놔준 것이다. 이 계약으로 양 은행의 거래 고객들은 송금 수수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는 주말이면 네팔인들이 많이 모이는 동대문으로 간다. 기업은행을 소개하고 한 사람이라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최종 꿈은 인도 전문가다. 기업은행 직원으로서 중소기업들이 인도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뉴델리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을 안다"는 그는 "여신과 수신, 외환업무 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