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사를 오간 아시아나 승무원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3.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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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에서 끝까지 탑승객 탈출을 도운 객실 승무원들의 활약이 연일 칭송받고 있다. 아시아나는 현지에서 최선임 승무원인 이윤혜 객실 승무원을 내세워 일종의 '영웅 만들기' 전략까지 폈다. 그러나 승객들을 구한 승무원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승무원 자신들의 안전은 없다.

아시아나는 사고 당시 총 12명의 승무원 중 7명이 실신 상태였다는 사실은 슬쩍 숨겼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3명의 승무원이 충돌 당시 기체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태국인 승무원 1명은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것이 확인됐다. 나머지 4명의 승무원이 실신한 까닭은 아직 그 이유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항공 사고가 일어날 경우 승무원은 동요하는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탈출시키는 임무가 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때 가장 안전하게 살아남아야 있어야하는 책임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 사고에서는 절반 이상의 승무원이 실신해 승객 구조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항공사 차원에서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한 수칙 준수에 이상이 있었던 것이 아닌 지 점검이 절실하다.

승무원들의 안전을 소홀히 하면 결국 승객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아시아나가 간과했지 않는가 하는 우려는 또 다른 대목에서도 든다. 미담을 널리 알리려는 욕심이 과해서인지 조사와 치료가 우선이어야 할 객실 승무원들을 카메라 앞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 영웅 찬사를 받은 이윤혜 승무원은 사고 다음날 곧바로 기자회견에 나서야 했다. 사고 당시 꼬리뼈 골절상을 입은 그는 환자복 대신 승무원 유니폼을 차려 입고 기자회견 내내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선 채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11일 귀국한 승무원 6명도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또다시 기자들 앞에 서야 했다. 다리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승무원은 끝내 말 못할 설움 탓인지 눈물을 터뜨렸고, 다른 승무원들도 함께 울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객실 승무원이 라면만 끓여주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미담 홍보도 승무원의 임무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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