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금(金), 날개없는 추락…투자자 '속앓이'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3.07.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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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펀드 손실 -40%, 은 펀드 '반토막'… 전문가, "하반기에도 약세 이어질 것"

안전자산 금(金), 날개없는 추락…투자자 '속앓이'


"작년 12월에 투자한 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손실률이 -45%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금·은 가격 급락에 관련 상품 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조정받기 시작한 금은 가격은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온스당 1245.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6개월 전에 비해 25.7% 하락한 가격이다. 은은 이보다 더 떨어져 6개월간 하락률이 37.2%에 달한다. 은 9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이날 19.1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금과 은 선물가격은 각각 7%와 8.3%씩 올랐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상승폭을 모두 되돌리고 추가 하락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을 크게 감소시켰다"며 "금과 은에 대한 투심이 패닉 국면을 넘어 자포자기에 돌입하며 투매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金, "안전자산이라더니"···냉각된 투심=동양증권은 지난달 금·은 가격 급락을 이용해 파생결합증권(DLS)을 출시했다. 런던 금 가격 지수와 런던 은 가격 지수, 북해산 브렌트유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이 상품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8.5%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3일간 진행된 청약에는 100억원 모집에 고작 3억6000만원이 몰려 결국 발행이 취소됐다. 지난해 금과 은이 비쌀 때는 자금이 몰렸지만, 정작 가격이 급락 국면에 접어들자 '바닥이 어딘지 모른다'는 공포 심리에 투심이 얼어붙은 것이다.

금 펀드는 손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10일 기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골드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C-i) 펀드는 연초 대비 39.53% 하락했다. 금 관련 글로벌 광업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H)(A) 펀드는 더 큰 -45.08%의 평가손실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금(金), 날개없는 추락…투자자 '속앓이'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에도 지금을 바닥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달러 강세가 불가피하고, 100%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선물 시장 특성상 달러 강세가 원자재 수입국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서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가 내년 금값 예상치를 1050달러로 제시하는 등 금 가격의 추세적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국채금리 상승은 금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는 실물이므로 생산비용 수준에서 급락이 진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 생산비용은 광산업체별로 격차가 있으나 1000~1200달러선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는 한 1000달러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판단했다.

◇'악마의 금속' 銀, 결국 투자자 울려=급등락이 심해 '악마의 금속'으로 불리는 은은 지난해 가격이 급등하며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홈쇼핑에서도 은괴를 판매하는 등 실물부터 은 ETF,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채권(ETN)까지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은테크 열풍에 합류한 투자자들은 현재 큰 폭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홈쇼핑에서 유행을 타고 은괴를 구입한 투자자들도 구입 6개월 만에 은괴 가격이 반토막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전문가들은 은은 투기적 성격이 강한 원자재로 은에 투자하려면 가격 급등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은 금보다 단가가 낮아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월에는 은 가격이 급락하자 KODEX 은선물(H) (5,085원 ▼55 -1.07%) ETF가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이 아닌 ETF가 하한가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영업팀 과장은 "은 가격은 금과 연동돼 움직이지만 금보다 가격 변동폭이 커 투기성이 있다"며 "장기투자보다 주로 단기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은 관련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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