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족' 300만명, 高 대학진학률 일자리 걸림돌

머니투데이 사회=홍찬선 부국장, 정리=서명훈 기자 2013.07.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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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4부 1-2>전문가 좌담회 "국내기업도 경제자유구역에 투자 허용"

머니투데이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왼쪽부터), 이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윈회 위원(새누리당),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회장)./사진=뉴스1 허경 기자.머니투데이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왼쪽부터), 이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윈회 위원(새누리당),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회장)./사진=뉴스1 허경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만 참으면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절망감으로 바뀌면서 대규모 시위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 일어난 ‘월드컵 반대 시위’도 속내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때문이었다.

경기침체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이 경기부양과는 별개로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일자리 문제는 국경을 초월해 나라간 경쟁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에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 중국 내 일자리는 늘어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식이다.

머니투데이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 기획기사를 연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기획기사의 하나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을 모셔서 일자리 해법을 들어보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이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새누리당)과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회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홍찬선 산업1부장(부국장)이 맡았다.



사회=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국가는 물론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세계 각국이 일자리에 주목한 이유와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높은 대학진학률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회장)/사진=뉴스1/허경 기자.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비트컴퓨터 회장)/사진=뉴스1/허경 기자.
조현정 회장=IT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3D(어렵고 더러우며 위험한)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도 여전하다. 국가별로 최고의 복지와 성장은 일자리에 있다고 보고 국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진학률이다. 지난해 대학진학률이 71.3%였는데 그나마 80%대에서 많이 낮아진 것이다. 높은 대학진학률이 일자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아니다.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일하고 싶지 않은 이른바 니트(NEET)족이 무려 300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는 일본의 2배다. 직업이 없으니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자살률 또한 높아지면서 국가적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일자리 창출을 첫번째 국가 시책으로 해야된다.

청년들은 이른바 스펙은 높은데 취직이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자신들을 ‘자본주의의 피해자’로 여긴다. 그러니 사회나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표가 걸려있기 때문에 청년들의 불만을 달래려고만 하는 실정이다.

김재홍 차관=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불과 60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무역 1조달러, 세계 무역 8강에도 진입하는 등 국가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뒀다. 반면 개개인으로 보면 그만큼 행복한가? 개개인으로 봐서 경제가 잘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사진=뉴스1 허경 기자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사진=뉴스1 허경 기자
그래서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지표가 ‘국민행복시대’다.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사회는 무엇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나? 결국 일자리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와 산업을 보고 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서민생활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자영업자 문제와 직결된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창업한 사람들이고 일자리가 많았다면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자영업은 과당경쟁이 심각한 상황이고 자영업자 소득이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일자리 부족은 취업자들간 임금 양극화로 나타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고령화 문제도 결국 일자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일자리가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정년이 연장돼야 하고 그래야 정부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새누리당)./사진=뉴스1 허경 기자이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새누리당)./사진=뉴스1 허경 기자
이현재 의원=기본적으로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자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 필요한데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일자리가 있어도 취직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업들은 대학졸업생을 뽑아서 2~3년 정도 교육해야 된다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불일치)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산업구조를 보면 수출의 80%가 석유화학과 같은 장치산업 분야다. 여기는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업종이다. 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업종은 해외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자동차 역시 45%가 해외에서 생산된다.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것은 안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이 텅텅 비어 있는데 우리 기업들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들어가면 특혜라고 하고 외국기업만 여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다. 특히 국내로 U턴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기업 수준으로 대우해서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

◇을만 살린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 않아

사회=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결국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들은 국내에 투자하는데 걸림돌이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 의원=정치권이 이른바 갑을 논쟁에 휩싸여 있다. 일부에서 을만 살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기업만 부르짖는다고 돌아갈 수 없다. 갑의 문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해결하고 갑과 을이 같이 가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국내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금액이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장치산업은 결국 대기업이 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특혜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김 차관=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노사분야다. 지금 사내하도급법 개정안과 비정규직 보호법 등 여러 법안들이 얘기되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게 된다. 해고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면 노사문제까지 해결하면서 국내에서 사업하려는 기업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사진=뉴스1 허경 기자.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사진=뉴스1 허경 기자.
기업들은 환경규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한다. 노사와 환경, 기업가 정신을 꺾는 문제들이 개선돼 국내에서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

조 회장=기업들이 국내로 U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임금 수준과 노동법으로는 U턴하지 않을 것이다. 현지 사정이 나빠져서 돌아오는 것이지 국내 여건이 더 좋아서 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많이 늘어난 것은 해고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한시적으로 고용을 유연하게 하면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연하게를 반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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