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도림' 아시나요?"…사방이 '주차장도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3.07.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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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고 있는 건설업계]<5>생활형 SOC로 생산적 복지정책 풀어야


- 지난해 GDP대비 투자율, 10년전보다 낮아
- 2017년까지 SOC 예산 11.6조원 삭감 결정
- "민간 발주 늘려 교통·공원 인프라 확충을"


"'헬도림' 아시나요?"…사방이 '주차장도로'


 #지하철 1~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은 서울시내 최악의 환승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하루 이용객 50만명에 달하는 지하철 최다 인원 환승구역이다. 출퇴근시간이면 신도림역은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좁은 승강장과 긴 환승거리, 2개뿐인 출구 등으로 인해 혼잡도가 최악이다. 환승인파에 밀려 저절로 환승구간으로 가게 된다는 '자동환승역', 지옥같은 신도림이란 뜻의 '헬도림'이 신도림역의 또다른 별칭이다.

 #자가운전자인 김진영씨(37·가명)는 도로정체로 출퇴근마다 곤욕을 치른다. 하루 평균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3시간이다. 병목구간에 차선 하나만 더 늘어도, 간선도로로 연결되는 램프만 생겨도 숨통이 트일 법한데 여전히 변화는 없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뉴스1 오대일 기자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이 출근하는 시민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뉴스1 오대일 기자
 1000만명이 모여 사는 서울시는 세계 6위 수준의 국제 경쟁력을 가진 도시다. 일본 모리기념재단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8년 13위에서 지난해 6위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만 보면 서울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서울시 인프라 투자 현황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시내 1인당 도로 길이는 세계 주요 도시 14곳 중 꼴찌다. 시내 차량 평균 속도 역시 베를린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서울시 최근 7년간 부문별 예산배분 비중추이/자료제공=건설산업연구원서울시 최근 7년간 부문별 예산배분 비중추이/자료제공=건설산업연구원
 서울시의 최근 7년간 부문별 예산 분배 비율 중 인프라 확보에 투자되는 예산은 2007년 49.0%에서 올해 28.9%까지 떨어졌다. 반대급부는 같은 기간 19.7%에서 47.0%까지 늘어난 사회복지분야가 챙겼다.


 인프라 투자 감소는 전방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도로사업은 당초 투자계획에 포함된 게 대부분이고 실적도 계획 대비 절반 수준이다. 도시철도사업도 9호선 3단계 사업와 경전철사업이 지체되면서 지난해 이 부분 예산은 2008년 대비 절반에도 못미쳤다. 공원 조성사업도 해마다 줄어 2009년 6648억원에서 지난해 3690억원까지 떨어졌다.

 중앙정부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5월31일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2017년까지 11조6000억원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삭감된다.

 SOC 투자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을 기점으로 대체적으로 감소 추세다. 2009년 대비 중앙정부는 1조2000억원, 지자체는 6000억원의 예산이 줄었다. GDP 대비 SOC 투자비중은 2009년 4.20%에서 지난해 3.19%까지 떨어졌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3.41%보다도 낮다.

GDP에서의 SOC 투자 비중 추이(2004~2012) 및 전망(2013~2016)/자료=2013~17 국가재정운용계획  SOC 분야, 공개토론회 자료집GDP에서의 SOC 투자 비중 추이(2004~2012) 및 전망(2013~2016)/자료=2013~17 국가재정운용계획 SOC 분야, 공개토론회 자료집
 ◇국민복지 향상시키는 생활밀착형 SOC 늘려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재원마련을 SOC 예산 축소로 충당할 것이 아니라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생활밀착형 SOC 발주를 늘리는 쪽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혁신, 인프라 등 일자리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로 더 많은 일자리를 공급, 근로자들이 일을 통해 안정적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생산적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생활밀착형 SOC의 사례로 낙후지역이나 오지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교통 SOC나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위한 공원 인프라를 예로 들었다.

 실제 국토해양부의 '2012 도로업무편람'에 따르면 서울시의 도로 포장률은 100%를 나타낸 반면 시·군의 경우 60%대에 그쳤다. 전국에서 도시공원 조성률이 가장 높은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의 면적은 2011년 기준 4.86㎡로, 미국 뉴욕(14.12㎡) 등 세계 주요도시에 훨씬 못미친다.

인프라의 유형/자료=국토교통부인프라의 유형/자료=국토교통부
 김의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가 모든 분야에 개입하려다보니 재정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될 부분은 과감히 민간투자로 넘기고 실생활에 밀접한 SOC에 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확대가 서울시민의 1인당 생산성 증대와 서울 경쟁력 향상에 필수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시민들은 미국인 평균에 비해 교통시간을 많이 쓰고 수면이나 여가시간은 적다"며 "시민 삶의 질과 주관적 행복도를 향상하는 문제는 교통인프라와 체육 문화시설 확충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약가계부 연차별 세출절감 내용/자료=관계부처 합동공약가계부 연차별 세출절감 내용/자료=관계부처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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