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뭇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오랜 기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서 금융정책국장과 차관까지 역임했지만 특이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 많았습니다. 승진 때마다 대상에서 빠져 ‘만년 국장’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외교통상부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차관보로 승진한 뒤에는 몇 달 못가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중심에 있었지만 주변부의 아픔을 많이 체험했습니다.
가슴 속에 많은 것을 말없이 쌓았고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았습니다. 번개에 불을 켤 날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지금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런 인고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하지요.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한다고 말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순간 그때부터는 하는 일마다 병폐가 생깁니다.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인사에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원칙은 꼭 지켜야 합니다. 특히 은행장이나 지주사 사장, 카드사 사장 등은 임 회장 내정자가 물러난 뒤 KB금융을 끌어갈 사람으로 골라 미리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해야 합니다. 행여 연임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을 만만한 사람으로 고르면 안됩니다. 이렇게 하는 순간 임 회장 내정자도, KB금융도 함께 무너질 것입니다.
나머지 문제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 스스로 이미 정답을 제시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체질을 튼튼히 하고, KB의 강점인 리테일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은행이나 우리투자증권 인수 합병 문제도 같은 원칙 아래 판단하면 됩니다. 화려한 경영을 꿈꾸는 순간 금융은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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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악기 소리와 달리 제각각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나만의 목소리로 부르는 나의 노래입니다. 임영록의 목소리로 부르는 임영록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