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임영록이 부르는 노래

더벨 박종면 대표 2013.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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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계나 관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입니다. 그가 어떻게 해서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앞으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 많이 얘기합니다. KB금융지주 사장으로서 3년간 받은 연봉과 앞으로 회장으로서 받을 연봉을 계산해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금 뭇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오랜 기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서 금융정책국장과 차관까지 역임했지만 특이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 많았습니다. 승진 때마다 대상에서 빠져 ‘만년 국장’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외교통상부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차관보로 승진한 뒤에는 몇 달 못가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중심에 있었지만 주변부의 아픔을 많이 체험했습니다.



고단한 시절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장관도 못하고 재정경제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민간으로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2년여 야인생활을 했습니다. 이 때 더 겸손해졌고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고위관료 출신으로서는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멀리하고 KB금융 사장으로 왔지만 힘이 없었습니다. 지주사 사장 시절 한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받지만 사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IR현장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손발이 늘 묶여 있었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떠날 만도 했지만 참고 견뎠습니다.

가슴 속에 많은 것을 말없이 쌓았고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았습니다. 번개에 불을 켤 날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지금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런 인고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하지요.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후회한다고 말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순간 그때부터는 하는 일마다 병폐가 생깁니다. 임영록 회장 내정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인사에 있습니다.



어윤대 회장의 실패는 용인을 잘못한 데 있습니다. 어 회장은 외부청탁이나 압력에 의해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부리기 편한 사람만 골라 썼습니다. 그게 부메랑이 됐습니다. 임영록 회장 내정자가 선임 이후 지금까지 받은 인사 청탁은 모르긴 해도 노트 두 권 분량은 될 것입니다. 임 내정자 스스로도 인사 청탁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원칙은 꼭 지켜야 합니다. 특히 은행장이나 지주사 사장, 카드사 사장 등은 임 회장 내정자가 물러난 뒤 KB금융을 끌어갈 사람으로 골라 미리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해야 합니다. 행여 연임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을 만만한 사람으로 고르면 안됩니다. 이렇게 하는 순간 임 회장 내정자도, KB금융도 함께 무너질 것입니다.

나머지 문제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 스스로 이미 정답을 제시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체질을 튼튼히 하고, KB의 강점인 리테일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은행이나 우리투자증권 인수 합병 문제도 같은 원칙 아래 판단하면 됩니다. 화려한 경영을 꿈꾸는 순간 금융은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됩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악기 소리와 달리 제각각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나만의 목소리로 부르는 나의 노래입니다. 임영록의 목소리로 부르는 임영록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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