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윤위가 사후심의를 하기 위해선 별도로 책을 구매해야 하는데, 출판사가 이미 청소년이 보지 않도록 조치한 책을 굳이 다시 사서 등급을 매기는 건 엄연한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절차라는 측면도 무시할 순 없으니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또 성인조차 봐선 안 되는 매우 선정적인 유해간행물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제보대로 단순하게 예산낭비로 보기는 힘들었다.
일본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는 분명 건전한 시민의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바람직한 세계관과 역사관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간윤위가 너무 기계적인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19금'인데 다시 19금 판정하는 이유는](https://thumb.mt.co.kr/06/2013/06/2013062611072640703_1.jpg/dims/optimize/)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과정에서 거세 장면, 어머니와 아들의 성관계 장면 등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국내엔 제한상영관이 없어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상영을 금지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물리적인 영상보다는 영화의 주제와 맥락을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투자자와 스태프 및 배우들의 사정을 감안해 일정대로 개봉하고자 영등위가 문제 삼은 장면을 자진 삭제하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관련 단체에선 영등위가 일관되지 않고 이해하기 힘든 심의를 한다고 반발하며 '민간자율심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영등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우선 영등위 관계자는 "영등위가 비록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공무원이 아닌 민간위원들이 외부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심의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영등위가 국고보조를 받고 있으므로 공공기관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등급분류에선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간자율등급제도 도입에 관해선 "예산과 위원 선임의 2가지 사항이 핵심"이라며 "국가보조를 중단하면 등급분류 수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영화계에도 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영등위원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의 추천을 받아 문화·교육계에서 임명한다"며 "미국에서도 영화제작자나 사업자가 직접 등급분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 출판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에 대한 심의나 등급제도에 대해 감정적으로 시비를 따지거나 반대를 하는 것도 문제 있어 보인다. 여기엔 업계 이기주의도 일정부분 있을 것이다. 떼만 쓴다고 일이 해결될 순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당 업계에서 반발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큰 맥락을 보지 않고 단순히 한 부분만 보는 기계적 심의, 정파 등에 휩쓸린 편파적 심의 등이 누적되며 해당 업계의 불신을 산 것으로 이해된다.
심의·등급 기구는 문화계의 엄연한 권력이다.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같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챙기는 발전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는 '문화 융성'이라는 국정목표 달성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