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배만 불려준 '스포츠 토토'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3.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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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66% 최대주주..규제 풀때 마다 순익 급증, 비리로 공영화논란 자초

'오리온' 배만 불려준 '스포츠 토토'


오리온 (15,880원 ▲200 +1.28%)이 독점하고 있는 스포츠토토의 공영화 움직임이 뜨겁다. 오는 9월 말로 끝나는 오리온의 스포츠토토 사업은 사행성 산업이므로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자회사를 신설해 공영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여야간 특별한 이견이 없어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유력시 됐다.

그러나 국회교육문화체육위원회가 학교 비정규직 문제로 파행을 겪고 있어 임시국회 통과가 안되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도대체 스포츠토토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어 이를 공영화하려는 것일까.



지난 2006년 6월 오리온그룹은 편의점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편의점업체 '바이더웨이'를 매각한다. 그러나 당시 오리온이 손에 꼭 쥐고 팔지 않은 자산이 하나 있다. 바로 바이더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스포츠토토 주식 112만주(6.97%)다.

당시 오리온그룹은 이 주식은 따로 떼 고스란히 계열사인 오리온에게 넘겨줬다. 그렇게 오리온의 스포츠토토 보유주식은 52.11%(843만5533주)에서 59.08%(956만3533주)로 불어난다. 이후에도 오리온은 꾸준히 스포츠토토 지분을 늘려 현재 66.64%(1089만686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주주인 신한은행 지분율(9.48%)과 비교해도 절대 우위의 지배구조다.



◇스포츠토토..황금알을 낳는 거위

오리온이 이처럼 스포츠토토 주식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스포츠토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할 수 있는 업체는 스포츠토토 1곳 뿐이다. 이렇기 때문에 스포츠토토는 국내 프로스포츠가 활기를 띠면서 꿈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으로 불리는 20% 영업이익률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반사이익은 스포츠토토 최대주주인 오리온이 독식해왔다. 특히 오리온은 정부가 스포츠토토 관련 규제를 풀어줄 때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수혜를 챙겼다.

실제 스포츠토토는 2004년까지 당기순손실이 130억원에 달했지만 2005년부터 당기순이익이 110억원으로 단숨에 반전된다. 정부가 스포츠토토 발행횟수를 종전 90회에서 300회로 늘려줬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6년 당기순이익은 다시 495억원으로 4배이상 껑충 뛴다. 정부가 발행횟수를 다시 1000회로 늘려준 것이다.


급기야 환급액을 미리 정한 '고정 배당 상품'을 정부가 허용해주자 스포츠토토는 2007년 77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순이익을 올린다. 이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순이익만도 2951억원에 달한다.

◇민간기업 독점한 스포츠토토의 폐해 등장

그러나 오리온이 독점한 스포츠토토 사업은 내부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스포츠토토 같은 사행성 산업을 과연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논란을 스스로 초래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은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인 조경민 씨를 스포츠토토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했다. 조 전 사장은 횡령 외에도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스포츠토토 용지를 발주하고 대금을 과다 책정하는 방식으로 추가로 스포츠토토에 수 십 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드러났다. 조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스포츠토토 최대주주인 오리온의 실세가 저지른 이 비리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회삿돈 횡령·배임과 맞물리며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스포츠토토의 민간기업 운영 논란은 이처럼 스스로의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정치권도 문제점 인식에 동참했다. 스포츠토토 운영 방식 자체를 공영화해야 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해 11월 스포츠토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사업을 더이상 오리온그룹 같은 민간기업에게 맡기지 말자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했다.

윤 의원은 "스포츠토토 최대주주인 오리온 소속 임원의 횡령과 비리는 이 사업을 민간기업에게 독점 위탁한 것인 근본 원인"이라며 "국가가 용인한 특혜성 사업을 수년간 특정 기업 1곳이 운영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될 경우 국회 본회의 통과도 확실시된다. 하지만 최근 교문위가 뜻하지 않게 학교 비정규직 문제로 파행을 겪으며 진통을 겪고 있다.

◇"민영화가 부른 폐해, 공영화로 푼다" 법 개정 추진

공영화는 경제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다. 실제 스포츠토토를 민간기업에 맡기는 과정에서 매년 수 백 억원의 이윤이 오리온 측으로 새나갔다.

체육과학연구원 송명규 박사는 "스포츠토토가 공영화되면 오리온이 향후 5년간 챙길 수 있는 예상 이윤인 500억원 이상이 절감될 것"이라며 "직원 고용 승계와 판매점주 승계도 보장되는 만큼 공영화의 장점이 더 많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오리온이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데다 청산 배당으로 또 다른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 고수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리온은 1598억원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스포츠토토 사업에 참여해 실제 투자한 자금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대부분은 배당 등으로 이미 회수한 상태"라며 "공영화로 스포츠토토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면 또다시 수 백 억원의 청산 배당금을 챙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당장 사업에서 물러나도 크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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