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일만의 정보위…'NLL·국정원' 난타전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3.06.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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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 명예 위해 대화록 공개"…野 "국정원 명예가 국익보다 중요하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제공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스1제공


"국정원의 명예가 국가이익과 국가기밀보다 더 중요하냐"(추미애 민주당 의원)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했다"(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여야가 97일 만에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정보위는 25일 오전 10시20분쯤 남 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정보위 회의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97일 만에 열린 이날 정보위 회의는 공교롭게도 남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보위 파행의 원인이 됐던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발의한 '국가사이버테러방지법'을 비롯한 각종 법안들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또 정보위 여당 간사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선임했다.



이어 정보위원들은 국정원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남 원장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현안질의를 시작했다. 남 원장에 대한 현안질의는 날카롭고 매서웠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회의장을 잠시 빠져나온 야당의 한 정보위원은 "회의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국정원의 남북대화록 공개 결정이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근거한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의 제2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남 원장을 집중 비판했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절차가 위법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남 원장은 "당연히 합법"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또 민주당이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의 조작 여부를 의심하는 것과 관련, 민주당만 찬성하면 경기 성남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볼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대통령기록물을) 볼 수 있는 길이 있다"며 "만약 그게 의심되면 (국정원본과 대통령기록관본을) 대조해 볼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정보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남 원장을 강하게 추궁했다. 추미애 의원은 남 원장에게 "어떻게 국정원장 스스로 특수기밀을 유출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남 원장은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답했다. 이에 추 의원은 "국정원의 명예가 국가이익과 국가기밀보다 더 중요하냐"고 남 원장을 질타했다.

남 원장은 또 "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있느냐"는 김민기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이 '있다', '없다' 말하지 못하는 것은 'NLL포기'라는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남 원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남 원장에게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이 역시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남 원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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