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한 데 대한 정부의 현재 입장이다.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라지만 마냥 반길 상황도 아니다.
환영할 상황도, 불안해할 상황도 아닌 복잡한 심경이 묻어난다. 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신호다. 출구 전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재부관계자는 "일단 출구전략 의사를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금융 시장의 단기 불안 가능성이다. 이미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출구 전략이 기정사실화됐고 시기도 공표된 만큼 그 흐름이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본격적인 출구 전략을 시작하면 일부 국가에서 자본 유출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시각도 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지만 아직 기초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 금융시장만 봐도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자본 쏠림 현상으로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금융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면 단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책 기조 역시 고민거리다.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는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 등 경기 부양이다. '회복 중'이라기보다 아직 '회복 전 단계'다. 하반기 3%, 내년 4% 성장을 위해선 내년 상반기까지 기조 유지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중단 시점과 맞물린다. 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을 종합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세울 것"이라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변화에 맞춰 탄력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