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간다면 하반기 중에 양적완화(QE)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쯤 이를 중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22일 미 의회 질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9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제기에 노코멘트로 일관함에 따라 시장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9월로 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날 버냉키 의장은 올 연말로 이를 못 박은 것. 시장의 기대와 달리 양적완화 축소 시점과 중단시점까지 명확히 언급한 것.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가 단기간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39,450원 ▲450 +1.15%) 연구원은 "버냉키 발언이 기대했던 것보다 안 좋게 나왔다"며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유동성이 줄면서 자금 이탈 가속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도세가 멈추기 전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코스피 지수가 1800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적어도 이번 주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현금 비중을 높이는 한편 통신주 유틸리티 경기방어주로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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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10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매도 규모가 800억원대에 그칠 정도로 시장의 우려보다 크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명확하게 연말로 못 박은 것은 의외지만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일 뿐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현 시점에서 손절매는 현명한 투자 판단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코스피지수는 충분한 조정을 거친 레벨로 이보다 더 빠진다는 것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이 2.3%를 넘은 점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으며 이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장세 마감으로 양적완화의 큰 수혜를 입었던 아세안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나 장기적으로는 수출 중심의 한국 증시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의 한 축인 중국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