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한국 증시, 서머랠리도 멀어지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3.06.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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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월 5.6% 하락, 주요국 대비 큰 낙폭.. "실적·수급 안좋다" vs "과도낙폭 반등"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 가운데 '여름 강세장'을 의미하는 서머랠리 기대감도 힘을 잃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이사는 19일 "미국이 출구전략을 검토하면서 서머랠리 기대감이 싹 사라진 분위기"라며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더라도 단기 쇼크 이후의 기술적 반등일 뿐 '랠리'라는 표현을 쓸 만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65% 내린 1888.31로 마감해 이달 들어 5.63% 내렸다. 이런 낙폭은 주요국 증시보다 크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1.34% 올랐다. 영국 FTSE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각각 2.51%, 1.43% 하락하는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3.8% 떨어졌다. 7% 이상 하락한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만 코스피 보다 부진했다.



오 이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외환 등에서 이탈하는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가 1900~2000의 올해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증시 수급이나 기업 실적도 서머랠리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우리 증시의 약 1/3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동향이 우호적이지 않다. 코스피시장에서 최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매도우위를 지속한 외국인은 4조원 가까이를 내다팔며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체력도 미국 출구전략이란 악재를 견뎌 낼 정도 튼튼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통신과 산업재 업종의 이익전망치가 1개월 전에 비해 1.5%, 1.3% 각각 상향 조정됐을 뿐 나머지 업종은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의 이익전망치가 4.8% 하향 조정됐고, 다음은 에너지(-3.8%) 헬스케어(-3.5%) 소재(-3.2%) 유틸리티(-3.0%)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IT업종의 이익전망치 역시 0.6% 축소됐다.

물론 반론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특히 유럽 쪽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 외국인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말 유럽중앙은행이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결정하자 코스피지수가 1760선에서 2000까지 반등했던 것 처럼 올 여름 극적인 반전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오 팀장은 "유로존 GDP(국내총생산)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등 현지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크다"고 전제한 후, "유로존 실물지표가 하반기 개선될 것이란 점이 확인되면 미국 출구전략과 관련한 투자심리 악화 현상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은 조성돼 있는 상태"라며 "유럽 당국이 자산매입 카드를 다시 꺼내거나 중소기업 대출활성화 등의 정책을 펴는 경우 증시반등 기대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올해 한국증시 낙폭이 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리커플링'(Re-Coupling) 현상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2분기 수출기업의 실적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4,5월 수출 지표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간 여름철인 6~8월이 지난 후 코스피 지수 종가가 5월 말보다 높았던 때는 11차례로 딱 절반이었다. 최근 3년간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재정위기 영향이 불거진 탓에 여름에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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