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고 기업도 발전하는 비결은, 노사화합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3.06.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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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1부, 3-3>LG전자-SK하이닉스-현대중공업 등 '노사 힘 모아' 위기극복

김영기 LG전자 부사장(맨 왼쪽 1번째)과 배상호 노조위원장(2번째) 등 LG전자 노경 대표단이 지난 2011년 6월 덴마크의 산업용 펌프 기업인 그런포스(Grundfos)를 방문, 회사 관계자로부터 품질경쟁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2010년 국내 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의 사회적책임(USR)을 선포하고 일자리 등 가치창출의 신노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김영기 LG전자 부사장(맨 왼쪽 1번째)과 배상호 노조위원장(2번째) 등 LG전자 노경 대표단이 지난 2011년 6월 덴마크의 산업용 펌프 기업인 그런포스(Grundfos)를 방문, 회사 관계자로부터 품질경쟁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2010년 국내 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의 사회적책임(USR)을 선포하고 일자리 등 가치창출의 신노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 노조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신규 인력채용 길이 막히는 것과 달리 노사, 노경화합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LG전자와 SK하이닉스다. 1980년까지만 해도 LG전자 노조는 강성 노조의 대표 격이었다. LG전자는 1987∼1989년, 격렬하게 파업을 벌인 결과 창사 이후 처음으로 가전시장 1위를 삼성에게 내줬다. 1989년 부임한 이헌조 사장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임원들과 함께 매일 아침 출근하는 노조원들에게 인사로 소통을 시작했다.



당시 이 사장은 출근하는 노조원들에게 매일 "반갑습니다, 잘해봅시다"라며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싸늘하던 노조원들도 2년, 3년간 이 같은 인사가 계속되자 회사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던 셈.

쇠파이프 대신 공구를 잡은 노조원들은 '다시는 1등을 빼앗기지 않도록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노조가 되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노조 스스로 무상 점검팀을 만들어 소비자 가정을 돌면서 서비스를 제공했다.



LG전자 노조는 LG전자 고유의 ‘노경 문화’정착, 국내 기업 최초 ‘노조의 사회적 책임’ 선포 등을 통해 기존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20년 전부터 ‘노사’ 대신 ‘노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상호 대립적이고 수직적인 의미를 버리고, 근로자(勞)와 경영자(經)가 제 역할을 다함으로써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신개념의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2010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국내 기업 최초로 선포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 신장뿐 아니라 경제/사회/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 노조는 또 각종 해외 벤치마킹 활동을 통해 전통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직접 회사의 글로벌 경영활동에 동참하며 사업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한 발 앞서 움직이는 LG전자 노동조합 덕분에, LG전자는 1990년부터 20년 넘게 무분규를 이어올 정도로 굳건한 신뢰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상호 믿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선진 노경 문화의 대표 사례다.

SK하이닉스는 회사와 근로자는 하나라는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을 기반으로 과거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를 원동력으로 SK하이닉스는 1987년 이래 26년간 무분규 기록을 지속하고, 상호 합의한 상생안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건전 노사 문화 형성에도 기여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노사 화합의 모범이 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생산물량 증대 및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무급휴직자 전원에 대한 복직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1월 이유일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김규한 노동조합위원장이 복직안에 합의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쌍용자동차가 생산물량 증대 및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무급휴직자 전원에 대한 복직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1월 이유일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김규한 노동조합위원장이 복직안에 합의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 합병으로 출발했던 하이닉스는 통합 이후 이천과 청주의 2개 노조 체제로 운영돼 온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합병 후유증과 반도체 시장 침체로 위기에 빠진 하이닉스를 구해낸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노와 사가 힘을 모아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조기에 졸업하는 등 협력의 모델로 꼽힌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반도체 경기악화와 업체간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일자리 나누기 등 노사 공동의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이닉스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2008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고용노동부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기업’ 인증을 획득한 바 있으며, 서로 양보해 위기 속에 임금동결과 일자리 양보로 인적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했으며,

SK그룹에 편입된 지난해에는 노사협심의 결과로 최대 매출과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수익성 증대와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사가 화합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도 180도 바뀌었다. 2009년, '옥쇄파업'을 하며 공장설비까지 훼손하던 노조가 더 이상 아니다. 453명의 무급 휴직자가 지난 4월, 복직하며 기존 노조원들의 근무수당이 적어졌지만 기꺼이 일자리를 나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밥그릇을 나누고, 차를 한대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 옷소매를 걷었다. 생산 라인에서 담배피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현대가(家)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노사상생의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것과 함께 사측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후생복지와 꾸준한 고용안정 정책을 펼치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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