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 기술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대학경제 장경석 기자 2013.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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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기술지주]에스메디, PET 방사성의약품 생산 및 자동합성장치 개발

길희섭 에스메디 대표.길희섭 에스메디 대표.


"대학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대부분이 원천기술로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회사가 필요했고, 에스메디가 이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서강대학교가 출자를 한 1호 자회사다."

에스메디(대표 길희섭)는 방사성의약품과 자동합성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로 2010년 서강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설립됐다.



방사성의약품은 말 그대로 방사성동위원소를 가진 약물로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방사성의약품은 사실 새로운 분야는 아니다. F-18 FDG라는 방사성의약품을 몸 안에 주입하고 양전자방출촬영기(PET)를 통해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1970년대 말부터 이미 개발돼 있었다.

길희섭 대표는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신약품목허가 증가로 향후 다양한 약이 출시될 것"이라며 "문제는 방사능을 띄고 있기 때문에 빠른 동위원소 생산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소 방사성동위원소(F-18)를 이용한 FP-CIT(파킨슨병 진단), FLT(암 진단) 등의 방사성의약품은 이미 2008년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았다. 이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해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 F-18 FC119S라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의약품도 현재 임상시험을 거의 마치고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길 대표는 "방사성의약품은 아무래도 피폭을 받기 때문에 반감기가 너무 길면 안 좋고 너무 짧으면 상업생산이 어려워 제품의 상품성이 낮다"며 "F-18 방사성동위원소는 반감기가 110분으로 방사성의약품용으로는 가장 각광을 받는 동위원소"라고 설명했다. 약을 투입한 후 검진을 하고 6시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의 동위원소가 소멸되거나 소변으로 모두 배출되기 때문에 피해를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사성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선 자동합성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방사성의약품은 동위원소를 이용한 화학반응을 연구해야 하는 특성상 자동합성 및 자동분리, 정제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F-18 FDG 출시 후 2세대, 3세대 방사성의약품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F-18 FDG 생산용 자동합성장치의 기계적 한계로 적당한 분리와 제제화 장비가 없고 F-18 동위원소 표지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면서 느꼈던 것은 합성장치뿐만 아니라 정제(Purification)와 제제(Formulation)가 같이 이뤄지는 일체형 장비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서강대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와 함께 F-18 FP-CIT·FLT·FC119S 등 방사성의약품을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비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mCUBE 305, sCUBE로 불리는 이 장비는 현재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두고 약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장비뿐만 아니라 여기서 생산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에 수출할 생각도 갖고 있다. 현재 대만 국립병원과는 F-18 FC119S의 임상시험을 위한 장비수출 계약이 진행 중에 있다.

길 대표는 "현재 F-18 FP-CIT와 F-18 FLT 방사성의약품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의료현장에 사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이 모든 약을 생산하는 자동합성장치는 에스메디가 개발한 장비가 유일하다"며 "회사가 가지고 있는 특허기술과 대학이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을 융합해 상용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충분히 세계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에스메디가 개발한 방사성의약품 자동합성장치인 mCUBE 305와 sCUBE(작은 사진).에스메디가 개발한 방사성의약품 자동합성장치인 mCUBE 305와 sCUBE(작은 사진).
◇서울시 기술지주사업화지원사업 선정돼 큰 도움

화학을 전공한 길 대표는 2008년 인하대에서 ‘PET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퓨쳐켐 표지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가 에스메디 대표로 선임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에스메디는 방사성의약품의 허가와 판권을 가지고 있는 (주)퓨쳐켐, 자동합성장비와 기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CSCAM(주) 등 두 개 회사와 손잡고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길 대표는 "한 회사가 기술과 신약 허가, 장비 등의 모든 조건을 갖춰야 했다면 사실 사업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대학이 중개해서 조인트벤처 형태의 특별한 주주구성이 있었기에 이같이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스메디는 현재 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두 명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국립암센터에서 방사성의약품의 실제 생산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자동합성장치의 개발과 개선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에스메디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인력이다.

길 대표는 "고급 인재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충분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매출이 없어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에서 진행하는 창조전문인력양성사업 가운데 기술지주회사 사업화지원사업에 선정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기술지주회사 사업화지원사업은 서울소재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기술사업화와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에스메디는 기술개발비, 마케팅비, 인건비 등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방사성의약품과 생산 장치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또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 관광을 오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싼 가격에 진단받고 관광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해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툴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아울러 향후 방사성의약품과 생산 장치, 노하우 등의 모든 시스템을 동남아로 수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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