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쟁범죄 폭로한 매닝 일병 석방하라"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2013.06.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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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비밀 64만건 폭로…전세계적 연대 움직임 국내NGO도 참여

지난 3월 14일 시작된 나눔문화의 브래들리 매닝 석방을 위한 릴레이 1인시위/사진제공=나눔문화 홈페이지지난 3월 14일 시작된 나눔문화의 브래들리 매닝 석방을 위한 릴레이 1인시위/사진제공=나눔문화 홈페이지


"이 폭로를 통해 토론과 논쟁, 개혁이 있길 바라. 그렇지 않다면 노예로 사는 것이 우리 운명이겠지. 진실 없이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잖아. 은폐된 것은 모두에게 밝혀져야만 해" (2010년 브래들리 매닝의 마지막 채팅 기록)

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눔문화, 인권연대, 평화바닥 회원 등 20여명이 섰다. 기자회견 시간이 가까워지자 그 뒤로 여경 9명이 바짝 붙었다. 경찰 버스 너머로는 주한미국대사관 성조기가 휘날렸다.



이들은 지난 석달동안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을 석방하라는 1인 시위와 탄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었다.

브래들리 매닝은 2010년 5월 29일 미국의 군사기밀과 외교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유출시킨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매닝은 체포 직후 11개월 동안 하루 23시간을 독방에 갇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100일이 지난 3일 오후 그에 대한 첫 재판이 미국 매릴랜드주 포드 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다. 많은 이들이 매닝에게 간첩죄와 반역죄가 적용돼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복무하던 매닝은 유능한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기밀문서에 장시간 접근 권한을 얻게 된다.

매닝에게 펼쳐진 전쟁 실상은 참혹했다. 기밀 영상 속에는 미군 헬기 조종사가 전자게임을 하듯 웃으며 아이들과 기자 등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매닝은 2010년 비밀 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외교기밀문서 25만건과 이라크-아프간 전쟁범죄 기록 39만 건을 폭로하기로 한다. "나는 행복한 환상보다 쓰라린 진실을 택할 것이다"

미국 전쟁의 이면이 고스란히 까발려진 사건이었다. 위키리크스에는 △이라크 전쟁 사망자 중 90%가 민간인이며 △미국 정부는 의도적인 '학살'을 오폭 등 '사고'로 은폐하고 △평화 운동가와 민간인이 체포되고 고문 당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는 요동쳤다. 오바마 대통령도 서둘러 이라크에 파병한 군대를 철수시키고 종전선언을 해야 했다.

폭로의 대가는 처절했다. 매닝은 간첩죄와 반역죄 등 22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죄목들이다.

지난 2월 열린 사전 심리에서 매닝은 "미군이 전쟁의 목적이나 임무와 무관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사살하는 행태를 알려 이에 대한 국제적인 토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폭로 목적을 설명했다.

나눔문화 참가자는 "매닝의 용기 있는 행동을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했다"면서 "미국 군사법원은 매닝과 관련된 법정기록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등 표현과 언론의 자유마저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971년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의 진실을 폭로했던 다니엘 엘스버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매닝에게 종신형을 선고한다면 미국은 스스로의 법질서를 무너뜨리며 미국의 자유와 정의 정신을 거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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