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혼자 뒷 좌석 안장에 탄 4인승 레일바이크를 코레일관광개발 직원이 출발을 위해 함께 밀어주고 있다. /사진=정도원 기자
무더운 날씨였다. 석가탄신일이 금요일이었던 덕으로 황금연휴의 한가운데였던 18일, 강원 정선군 구절리역에 모인 사람들은 레일바이크에 올라타며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모습이었다.
레일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4인승은 앞의 두 자리 좌석에는 페달이 없이 앉아만 가는 자리였고, 뒤의 두 자리은 페달이 붙은 자전거 안장석이었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에게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페달을 밟으며 달리기 시작하자 맞바람에 무척이나 시원했다. "저 앞의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말에 앞을 돌아봤다. 앞 좌석에는 딸을 안은 어머니와 아들이 앉아 있었고 뒷자리 안장에는 아버지 혼자 나머지 세 가족을 위해 페달을 밟고 있었다. '가장의 비애'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1㎞쯤 가자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혼자 페달을 밟아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왼쪽에는 산, 오른쪽에는 계곡이 철길을 따라 흐르는 가운데 터널이 보인다. /사진=정도원 기자
철교를 통과할 때 누군가의 떨어진 모자가 눈에 띄었다. 철길에 거의 붙어서 달리기 때문에 기차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달리지만 속도감이 꽤 있었다. 맞바람도 상당해 모자가 날아갈 만했다. 철교를 통과하자 지금까지 철길 오른쪽으로 흐르던 계곡은 왼쪽으로 옮겨갔고 오른쪽으로는 다시 새로운 풍광이 펼쳐졌다. 실제 열차를 타는 듯한 덜커덩- 덜커덩- 하는 소리에 낭만이 가득하다.
터널을 통과해 다시 빛의 세계로 나오자 사뭇 다른 느낌의 풍광이 펼쳐져 느낌이 새롭다. /사진=정도원 기자
이윽고 철길은 논밭 사이로 접어들었다. 양 옆으로 어르신들이 일하는 가운데 철길을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통과하니 자못 목가적인 느낌이다. 마을과 농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철도건널목도 통과해야 한다. 땡- 땡- 하는 옛 철도건널목의 경고 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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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오두막집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지나는 철길. 아이들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며 동요를 부른다.
철길 양쪽으로 논밭, 그리고 농촌 마을이 펼쳐져 있다. 멀리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정도원 기자
자가용으로 구절리역에 왔던 관광객들은 이제 어떻게 아우라지역에서 차로 돌아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껏 즐거웠던 경험을 부모와 자녀가, 혹은 연인끼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커피한 잔을 하며 나누다 보면 풍경열차가 아우라지역으로 들어온다. 풍경열차는 레일바이크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태우고 기적을 울리며 다시 구절리역으로 되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