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디자인센터 어드밴스 2팀 차장/사진제공=한국GM
한국GM에는 '엔진을 뜯어보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있다. 박상현(35) 디자인센터 어드밴스 2팀 차장이다. 회사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담당한지만 이제 10년 째다. 번뜩이는 감성을 동력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뽑아내야 할 디자이너가 중고차를 일일이 뜯어내며 차량 메커니즘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박 차장이 매일 중고차와 씨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차장이 보유한 '헌차' 중 가장 애착을 가진 모델은 대우차가 1997년 출시한 3도어 해치백 모델인 '라노스 로미오'다. 100%에 가까운 순정 차량이었고 보닛과 조수석 헤드램프 단순 교환뿐인 '무사고 차량'인 점이 박 차장의 마음에 들었다. 그는 2009년 이 차를 회사 게시판을 통해 구입했다.
박 차장의 손길을 거친 이 차는 누적 주행거리 19만km를 넘겼지만 아직도 새 차와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박차장이 복원중인 중고차는 라노스 로미오를 포함, 토스카 디젤, SM7, 기아차 엘란, BMW M5 등 다섯 대. 박 차장의 블로그 '더플린 보이'에는 중고차 복원 방법을 묻는 질문부터 '그 차 팔 생각 없냐'는 문의까지 댓글이 넘쳐난다.
"헌차를 복원하다보니 제 업무인 디자인에 대한 시각도 변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보기 근사한 옷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디자이너는 차의 성능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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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기에는 안전과 디자인이 상충될 때 디자인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박 차장. 하지만 차량 복원을 통해 엔지니어링을 이해하면서부터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는 사람의 안전이라는 점을 깨닳았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블로그를 통해 '엔진을 공부한' 한국GM 디자이너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 직딩으로 살아가기'라는 책도 냈죠. 남이 하는 일을 잘 알아야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