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대우일렉 인수 3개월만에 13년恨 풀어(상보)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13.05.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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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2000년 워크아웃 후 임금인상 '0'… 2월인수 동부 "10%인상"

이재형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이재형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동부대우전자(전 대우일렉트로닉스) 임직원들이 마침내 13년간 맺힌 한을 풀었다. 동부대우전자는 22일 임직원 임금을 10% 인상하고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대우전자 임직원들은 2000년 대우일렉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단 한 차례도 임금을 올려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사는 최근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임금과 단체협약'을 마무리하며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동부그룹이 지난 2월 대우일렉을 인수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13년 동안 이루지 못한 전 대우일렉 임직원들의 꿈이 이뤄진 셈이다.



재계에서도 비교적 보수적 기업색깔을 가진 동부가 임금을 크게 인상한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동부는 2002년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시작으로 2010년 다사로봇(동부로봇), 2011년 알티반도체(현 동부LED)와 화우테크(현 동부라이텍)를 차례로 사들였지만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가 과감한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전 대우일렉 임직원들의 급여가 업계 평균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금인상과 함께 동부대우전자는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과 개인에 대한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은 영업과 생산, 개발, 관리 등 모든 사업조직들이 성과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는 연말 목표한 이익을 초과 달성할 경우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회사성과 연동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한다.

사무직 임직원은 성과주의 인사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존 호봉제가 아닌 연봉제로 급여를 받게 된다. 개인이나 소속 조직의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고, 인센티브 지급 및 승진도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회사의 발표에 1300여명에 달하는 동부대우전자 국내 임직원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임직원들의 예상보다도 높은 임금 인상률을 회사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회사측도 임금인상이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경영효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워크아웃기간 동안 3번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도 회사부터 살리자는 취지로 임금 동결에 전 임직원이 동참해 왔다"며 "지난 13년간 회사 정상화를 위해 헌신한 직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LG전자 (110,800원 ▲2,900 +2.69%)는 물론 동부의 전자계열사 가운데서도 동부대우전자가 받는 급여는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동부그룹의 전자 계열사 중에 동부대우전자보다 임직원수가 2배 정도 많은 동부하이텍의 지난해 임직원 연 평균급여는 4800만원에 이며, 남성직원만 보면 5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동부대우전자는 앞으로 임직원 자녀학자금 지원과 경조사비를 확대키로 하고, 온라인 교육 등 사내 복지에도 더욱 관심을 쏟기로 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해외법인 임금 인상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김광섭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제시하고 있어서 사기가 높아졌다"며 "노조도 생산성 향상, 품질 혁신,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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