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만화' 열혈강호, 동생은 '게임' 열혈강호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3.05.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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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엔스토리]<1>전명진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 14년간 10번 이직한 '직장의 신' 모바일게임 개발자

편집자주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전명진 아프리카TV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사진제공=아프리카TV전명진 아프리카TV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사진제공=아프리카TV


이 남자 첫인상이 심상치 않다. 회사 내 패셔니스타라 불린다는 데 단 한 번도 베레모를 벗은 적이 없단다. 항간에는 대머리인데 베레모에 머리가 붙어있다는 소문도 있다. 외모는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데 아프리카TV 모바일게임을 총괄하는 이사란다.

판교에 위치한 아프리카TV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 전 얻은 정보라고는 만화 '열혈강호' 전극진 작가의 동생이라는 정보뿐이었다. 전극진 작가가 올해 45세인데 처음 만난 그의 동생 전명진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은 상상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별안간 줄 것이 있다며 손가락 2개 크기의 기계를 내민다. 음주측정기라고 했다. 운전은 하지 않는다며 사양했는데 그 용도가 아니란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동료들을 측정해서 술독에 빠뜨리는데 쓰는 물건이라고 한다. 물론 술 못 마시는 후배를 괴롭히기 위한 상해 도구는 아니다.

첫 인상부터 독특했던 전 이사는 올해 39세, 게임 개발만 14년 동안 해온 모바일게임업계의 대부다. 약 1600여명이 소속된 스마트폰게임 개발자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는 게임업계의 마당발이기도 하다.



그의 동안 외모는 어렸을 적부터 개방적이었던 가정환경에서 비롯됐다. 전 이사를 포함한 3형제는 집 2층에 만화, 게임기기를 잔뜩 사다놓고 늘 게임에 열중했다. 5살 위 큰 형인 전극진 작가가 전자공학과에 진학해 전 이사는 남들보다 일찍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다.

전 이사가 대학생이 될 무렵에는 전 작가가 이미 열혈강호 첫 회를 연재한 후였기에 전 이사는 대학 시절을 온전히 게임과 함께했다. 전 이사는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만 하다 보니 만화 작가인 큰 형이 1주일 동안 밥을 차려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전 이사가 게임업계에 뛰어든 것도 온전히 형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아버지가 공무원 출신이라 형이 처음 만화 스토리를 쓴다고 할 때 반대가 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열혈강호'가 소위 대박 만화가 되자 부모님의 시선도 자연히 바뀌었다. 지난 1999년 전 이사가 학교를 졸업하고 게임을 만든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지하실을 비워주며 게임 작업장을 꾸며주셨다.

◇ 좌충우돌 개발자 시절, 직장 10차례 옮긴 '직장의 신'



14년간 11차례나 직장을 옮긴 '직장의 신' 전 이사의 특이한 이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당시 PC통신 커뮤니티에서 5명이 제작한 게임은 '열혈도너츠군'. 열혈강호 캐릭터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게임으로 음식을 만들어 던지는 PC게임이었다.

게임 제작이 거의 완성될 때쯤 당시 대형 게임사에 약 5000만원에 회사가 인수됐다. 업계에 발을 담근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공 스토리를 쓸 뻔했지만 얄궂게도 막상 게임은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사기꾼으로 몰린 전 이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게임사 개발팀에 들어가게 됐다.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지 못했으니 어떻게든 게임을 개발해서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같이 일했던 4명은 퇴사했다. 전 이사는 선금으로 받았던 2500만원을 미리 동료들에게 나눠준 탓에 회사 인수대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게임이 최종 구동되지 않아 잔금 2500만원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문대로 테트리스 게임을 개발한 전 이사는 2001년 회사를 그만두고 당시 뜨고 있던 신기기 PDA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모바일게임과 전 이사의 인연이 시작됐다.

전 이사는 "당시 만들었던 테트리스게임 용량이 고작 2~4mb(메가바이트)였던 것에 착안해 모바일게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사실상 모바일게임 개발 1세대"라고 설명했다.

'짱구는 못말려' 게임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기도 한 전 이사는 이후 NHN, 컴투스, 위메이드 등을 거쳐 KT로 이직했다.
전명진 아프리카TV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사진제공=아프리카TV전명진 아프리카TV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사진제공=아프리카TV
◇ 전극진 작가와의 가교 역할, '열혈강호' 컨소시엄 사업 이끌어



게임 디자인, 기획, 총괄 등을 담당했던 전 이사는 KT 입사 후 사업 담당으로 일했다. KT 마켓에 입점하는 게임을 검증하고 최신게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이곳에서 전 이사는 형인 전극진 작가와의 가교 역할을 하며 '열혈강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7개 게임사가 '열혈강호'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7종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전 이사는 지난해 10월 KT에서 이 컨소시엄을 계약을 성사시킨 뒤 1개월 후 아프리카TV(당시 나우콤)로 이직했다. 전 이사가 KT를 나오자 전 작가와 게임업계와의 가교 역할이 사라졌다. 양측에서 전 이사에게 크고 작은 부탁이 들어왔고 전 이사는 아프리카TV가 운영을 총괄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에 정식으로 참여시켰다.



열혈강호 컨소시엄은 모리소프트가 디펜스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는 엠게임이 유무선 연동 가능한 팜 SNG(소셜네트워크게임)를 개발하는 등 각 개발사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 진행된다.

전 이사는 열혈강호 컨소시엄 뿐 아니라 향후 아프리카TV의 사업 방향도 계열사간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하는 쪽으로 잡아가려 하고 있다.

전 이사는 "얼마 전 지분을 인수한 블루윈드는 캐주얼게임, 할러윈은 음악 스튜디오, 로드컴플릿은 그래픽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공동 개발 형태로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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