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창업가들의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뉴워크시티(New Work)' 모습. 임대료는 한달 300달러 수준이다. /TNW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젊은 테크놀로지 창업가들에 의해 이런 도제제도가 다시 시도되고 있다. 그것도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인 뉴욕 한복판에서 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포브스는 ‘디지털 시대의 도제들(The apprentices of a digital age)’이라는 제목을 붙여, 도제교육을 통해 창업가들을 배출하는 비영리기관 ‘엔스티튜트(Enstitute)’를 잇달아 소개했다.
이 둘의 관계는 기간도 짧고 잡무 위주의 인턴 제도와는 다르다. 인턴이라면 배우기 힘든 테크놀로지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을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2년씩 바로 옆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엔스티튜트의 모토도 ‘일하면서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이고, 이를 통해 도제들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란 어렵다. 도제교육이 거대대학을 대체하기도 어렵고, 이후 혼자 창업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오래 전 경영학자 찰스 핸디의 예견처럼, 코끼리(거대조직)의 일원인 것이 전부였던 시대가 가고, 능력 있는 벼룩(개인)들의 시대가 오기는 했지만, 벼룩들의 삶은 참으로 험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벼룩들도 진화하고 있다. 혼자 살던 벼룩들이 서로 도울 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는 개인 창업가들에게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공동사무실)’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벼룩들의 아지트는 어두컴컴한 차고였지만, 지금은 책상 쫙 펼쳐져 있고, 자판기 앞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열린 공간이 이들의 작업실이 되고 있다. 혼자서 일하면서, 동시에 함께 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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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작가들은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의 공간에서, 테크놀로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해커 스페이스에 모여 일한다. 이들은 각자의 창업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창업을 도와주고, 그러다 하나로 뭉치기도 한다. 자신들의 장비를 나눠 쓰기도 한다.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창업을 준비했던 재미교포 창업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생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혁신이 나온다”면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의 코끼리를 거부하고 뛰쳐나온 수많은 벼룩들은 참담할 때가 많다. 차라리 다시 코끼리에 투항하고 싶을 때도 많다. 특히 벼룩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는 한국에서는 말이다. 벼룩들을 위한 더 많은 공동의 공간, 벼룩들을 키워줄 수 있는 더 많은 장인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