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교수님?...'투잡'으로 시너지 '쑥쑥'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김건우 기자 2013.05.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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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유·비아트론·아이센스 등 기업인 교수겸직…실험실기술 세상에 드러내려 '창업'

"대학교 실험실 기술을 온 세상에 알린다."

박희재 에스엔유 (1,838원 ▼28 -1.50%)프리시젼 대표(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최근 '국가최고기술책임자'(국가CTO)로 불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에 취임하면서 대학교수를 병행하는 '양수겸장'형 기업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교수직을 겸하는 최고경영자(CEO)는 박희재 대표를 비롯해 김형준 비아트론 (6,530원 ▼190 -2.83%) 대표(홍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차근식 아이센스 (17,540원 ▲120 +0.69%) 대표(광운대 화학과 교수), 박천석 웨이브일렉트로 (4,500원 ▲5 +0.11%)닉스 대표(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백운필 나노캠텍 (710원 0.00%) 대표(명지대 화학과 교수) 등 5명 정도다.



↑김형준 비아트론 대표↑김형준 비아트론 대표


이 CEO들은 교수직을 수행하던 중 창업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형준 비아트론 대표는 교수로서 창업하게 된 계기를 묻자 "대학 연구실에 머물러있는 기술을 실제 산업분야에 적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주제이기도 한 '열처리기술'을 홍익대 제자들과 함께 상용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가 대학 연구실에서 거둔 성과는 국내외에서 인정받았으며, 그 결과 창업도 하기 전에 미국 뉴턴캐피탈과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회사 설립 자금 3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비아트론은 현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열처리장비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중국 비오이(BOE) 등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 대부분과 거래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CEO와 교수직을 겸할 경우, 경영과 강의 모두에서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젊은 아이디어를 회사 경영과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현직 기업인으로서 살아있는 현장경험을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재 에스엔유 대표↑박희재 에스엔유 대표
박희재 대표는 "책과 논문은 이미 죽은 기술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터득한 살아있는 지식만을 학생들의 강의에 접목하고 있다. 강의는 일반적으로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쓴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적용할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에스엔유는 1998년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액정표시장치(LCD) 측정장비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교수직을 병행할 경우, 인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는 "창업 초기 제자들을 중심으로 한 광운대 인력들이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는 광운대 외에 다양한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차근식 아이센스 대표
차 대표는 1991년부터 광운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혈당측정기 핵심기술인 바이오센서 분야 국내 권위자다. 그가 이끄는 아이센스는 혈당측정기 및 혈당스트립(막대검사지) 등 의료장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사실 회사 경영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CEO들이 교수까지 겸임할 경우 건강 등에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형준 대표의 경우, 지난해 코스닥 상장 등 회사운영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현재 1년 이상 교수직을 휴직한 상태다. 박희재 대표 역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에서 '정밀계측' 강의 하나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CEO들은 경영과 교직,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박희재 대표는 업무가 과중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기업인과 교수, R&D전략기획단장 등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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