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야후에 게이가 많은 이유는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2013.05.06 06:00
글자크기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46> LGBT에 대한 열린 마음은 창의의 시작

굳이 창조경제라고 하지 않아도 창의성은 널려있다. 다만 꼭꼭 숨어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창의성이 숨어 지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닫힌 문화이다. 성 소수자, 생각의 소수자들이 그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이해해주는 마음이 곧 창의의 시작 아닐까?/이미지 출처=페이스북굳이 창조경제라고 하지 않아도 창의성은 널려있다. 다만 꼭꼭 숨어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창의성이 숨어 지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닫힌 문화이다. 성 소수자, 생각의 소수자들이 그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이해해주는 마음이 곧 창의의 시작 아닐까?/이미지 출처=페이스북


한 청년이 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받았다. 그 청년은 물론 그의 배우자인 다른 청년도 아이를 낳지는 않았다.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게 된 것이다.

곧 귀여운 딸을 갖게 되는 한 여성이 8주간의 유급 출산휴가를 얻었다. 이 여성은 임신한 상태도 아니고 임신할 계획도 없으며, 이미 동료들이 다 아는 레즈비언이다. 자신과 꼭 닮은 아기를 입양한 것이다.



우리한테는 참 낯설고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야후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는 가능한 일이고, 실제 이런 일들이 적지 않다.

최근 야후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는 유급 출산휴가를 8주에서 16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 자체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눈길을 끈 대목은 아이를 직접 낳지 않아도 유급 출산휴가를 준다는 것. 입양을 해도, 대리모를 통해 출산을 해도 8주간의 유급휴가를 준다. 불임부부를 위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동성애 커플들을 위한 배려라는 분석이다.



구글은 이미 CEO 래리 페이지가 오래전, 동거를 하는 직원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결혼을 한 직원과 똑같은 복지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입양과 대리출산에 대해서는 한참 전부터 7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아예 ‘동성애 커플’이라고 명시를 해서, 이들 커플 양쪽 모두에 4개월씩 유급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있다. 일반적인 출산휴가와 차별이 없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예전에 만난 한 미국인 엔지니어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대화 중 이렇게 물었다. “LGBT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기자는 그 단어를 알고 있지 못했고, 잠시 ‘테크놀로지 용어인가?’ ‘새로 만들어진 스타트업(초기벤처회사) 이름인가?’ 더듬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는 “실리콘밸리 문화를 알려면 LGBT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렌스젠더(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놀랍게도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LGBT들에게 활짝 열려있었다. 같은 미국이라도 동부나 중부의 기업들보다 더 스스럼이 없다. 이런 스스럼없는 태도가 이들 기업에 동성애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이게 할 정도이다.

지난 2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의 60개 IT기업들은 미국 연방대법원에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서명한 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동성애자들을 이등시민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들을 이등시민으로 취급할 경우 공정성은 물론 인재확보에 있어 경쟁력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전체가 미국 다른 어떤 곳보다 LGBT에 열려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는 공립학교 교사들이 LGBT의 역사를 K~12학년(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미국 52개주 가운데 최초이다. ‘아이들의 성 정체성을 혼란 시킨다’는 기독교계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주 의회는 ‘역사는 정직해야 한다(History should be honest)’며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 교육당국은 2015년 개정 역사교과서를 내놓을 예정인데, 이에 앞서 지난 3월 이 법안을 반영한 새로운 권장도서목록을 발표했다. 동성애와 성 정체성에 대한 40권의 책을 추가했다. 예를 들면 이런 책들이다.

모험을 나서게 된 두 소녀의 감정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묘사한 레즈비언 소설 'Huntress', 두 소년이 만나 공동체와 갈등하면서 동성애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Boy Meets Boy', 게이인 7학년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겪어야 하는 힘든 경험을 다룬 이야기, 또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의 몸으로 점점 변해가는 소년의 이야기 등 LGBT를 다양하게 다룬 책들이다. 이런 책들을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 전체에게 읽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수원 천지이던 동네가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누구는 날씨가 좋아서, 누구는 돈과 걸출한 학교(스탠포드대)가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열린 문화이다. 어떤 차이도 비난하지 않고 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성(性) 소수자가 됐든, 인종과 생각에서 소수자가 됐든, 아니면 아무도 안 가본 그런 도전에서 소수자가 됐든,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창의가 생겨났고,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만들어졌으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의 성 소수자 혐오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반 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한국내 성 소수자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바뀔 것이라 기대해본다. 그것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주류에서 떨어져 또 다른 세상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문제이다. 나와 다른 생각,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른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이 바로 창의의 원천이다.

<유병률 기자 트위터 계정 @bryuvalley>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