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운하를 지날때 바라 본 화창한 날의 베네치아 ⓒ사진=송원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도시 중 한 곳으로 뽑히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Venezia)는 '물의 도시' 로 불린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이곳까지 철로와 다리로 연결되어있는데 섬 어귀까지 오는 것이고 시내에선 배를 뺀 나머지 교통수단은 운행 되지 않는다.
↑베네치아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만난 라페니체 극장. 음향시설이 제일 뛰어난 극장으로 유명하다. ⓒ사진=송원진
↑'불사조극장'이라 불리는 라페니체 극장은 두번의 화마를 겪고 다시 태어났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로마 오페라 극장과 함께 이탈리아 3대 오페라 극장중 하나이다. ⓒ사진=송원진
↑황금 불사조 조각아래 씌여진 라페니체 극장 Grand Teatro La Fenice. ⓒ사진=송원진
'라페니체(La Fenice)'라는 이름은 불사조(不死鳥)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불사조 극장이라고도 불리운다. 불사조(피닉스)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500년마다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올려 타죽고 잿더미 속에서 젊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전설 속의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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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라페니체극장’은 1792년 5월 16일 개관 이후 화마를 겪고 불속에서 두번 다시 태어났다.
1836년 유난히 추웠던 12월 13일 화재로 극장은 첫번째 잿더미가 되었다. 하지만 화재 발생 1년 만에 극장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극장은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나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처럼 왕실에서 지은 극장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로열박스를 설계하지 않았다.
대신 상업적으로 귀족들에게 똑같은 크기의 박스석을 분양했는데 174개였다고 한다. 이 박스석은 입석포함 5-10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매일 밤 오페라 감상뿐만 아니라 사교를 메인으로 즐길 수 있는 ‘제2의 거실’ 역할을 해냈다.
그렇다면 라페니체 극장에는 로열박스가 없을까? 아니다. 처음엔 없었지만1807년 12월 나폴레옹 황제가 이 극장을 방문하기 직전에 만들어져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 외부모습. ⓒ사진 =송원진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 외부 모습. ⓒ사진 =송원진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 공연 안내판에 실린 바그너 오페라 '라인의 황금' 공연 예고. 일정때문에 이공연은 보지못하고 리허설만 감상하고 왔다. ⓒ사진=송원진
복원이 끝난 극장은 2003년 12월 14일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헌당식 서곡’, 스트라빈스키의 ‘시편 교향곡’ 바그너의 ‘3개의 교향적 행진곡’으로 재개관을 했고 다음 해인 2004년 11월엔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로 오페라 시즌을 시작했다.
개보수가 아닌 원상복구가 목표였지만 814석짜리 극장은 990석으로 늘어났고 오페라, 발레 공연뿐 아니라 교향악단의 단독 공연도 가능하도록 음향 반사판은 물론 잔향 조절실도 마련했다고 한다. 복원이후 라페니체 극장은 완벽한 음향을 갖춘 오페라하우스로 더 유명해졌다.
이 복원 과정에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센소(여름의 폭풍, 1954년작)’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수많은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하기도 했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 감독 비스콘티는 <센소>에서 19세기 오스트리아 점령기 베니스의 귀족 여인이 연하의 적국 장교와 치명적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데카당스하면서도 현란한 멜로드라마로 그려냈다. 이 영화의 첫장면이 거대한 오페라 극장 신으로 시작하는데 이곳이 바로 라페니체 극장이다. 영화가 54년작이니 극장의 생생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던 것이다.
↑라페니체 극장 내부모습 사진이 극장 외부에 걸려있었다. 극장내에서는 절대 촬영 금지라서 전혀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왕족을 위한 로얄박스를 갖춘 호화스러운 오페라 하우스다. 이 극장에 간다면 반드시 천장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사진 =송원진
↑리허설 후 담소중인 오페라 가수들. 공연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이들을 보니 느낌이 참 새롭다. ⓒ사진=송원진
일정이 맞지 않아 이 멋진 극장에서 오페라를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아쉬움을 가슴에 품은 채 극장 내부라도 보고 가자는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마침 오페라 리허설은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극장은 내부 촬영이 완전히 금지 되어있었다. 경비원이 카메라만 만지면 쫓아와서 “노 카메라”를 연발했다.
오페라 리허설은 10유로에 티켓판매를 했는데 대신 로열박스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게 왠 횡재인가... 비록 정식 오페라는 아니지만 그 비싼 로열박스에서 예전의 귀족들처럼 리허설을 감상했다. 독일인, 일본인등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나처럼 천천히 오페라 리허설을 보고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리허설이기 때문에 성악가들이 평상복을 입고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떤 오페라 가수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언밸런스함이라니.. 사진에 담지 못 하고 혼자만 보고 온 것이 못내 아쉬울 지경이었다.
계속 되는 리허설을 뒤로 하고 로열박스를 나왔다. 이 도시를 ‘지나가는 사람’에겐 시간이 항상 촉박해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얼마 후 극장 근처에서 아까 리허설을 하던 오페라 가수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평상복을 입고 바그너 오페라를 힘차게 불러대다니... 본 무대는 어떨까 더 궁금증이 커졌다.
↑ 아쉬움만 많이 남기고 나온 라페니체 극장. 다음에 베네치아에 올때는 꼭 이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리라. ⓒ사진=송원진
또 하나, 사진을 찍어 올 수 없었던 이 극장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꼭 한번 보기를 바란다. 내겐 그림 속에서 천사들이 부르는 천상의 소리가 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안녕, 불사조야! 다음엔 비상하는 널 볼 수 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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