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호텔업계 '프렌디 마케팅' 열풍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5.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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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가족 사랑의 중심 '아빠'/ 기업들, '아빠 마음'을 잡아라

육아는 이제 엄마만의 영역이 아니다.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에 참석한 예비아빠가 아이 기저귀 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_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육아는 이제 엄마만의 영역이 아니다.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에 참석한 예비아빠가 아이 기저귀 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_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육아·교육용품 잇단 출시… 유모차·교재도 '아빠'에 초점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A씨. 권위적인 회사 분위기 속에서 A씨와 동료들은 아빠의 역할에 제한을 두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런 A씨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내가 남편 몰래 아빠와 아들 둘만 떠나는 캠핑이벤트에 응모했는데 당첨이 된 것.

"아빠가 무슨 이런걸 해"라며 버티던 A씨도 결국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참가를 결심했다. 아들과 2박3일 동안 캠핑을 하며 A씨는 '내가 그동안 아들에게 너무 무심했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 이후 A씨는 달라졌다. 경직된 분위기의 '공기업 아빠'들에게 A씨의 달라진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무뚝뚝한 아빠 성동일의 변신이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요즘 아빠들도 마찬가지다. '프렌디'(friend와 daddy의 합성어, 친구같은 아빠란 뜻) 열풍이 자연스럽게 불고 있는 것.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곳은 육아관련 업체들이다. 또 유통업계와 호텔에서도 이런 아빠들을 겨냥한 이벤트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근한 아빠'는 이미 유통업계의 화두"라며 "프렌디와 엮어보려는 이벤트를 많이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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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호텔업계 '프렌디 마케팅' 열풍
◆ 육아도 아빠 몫

"애 봐야 해서 일찍 퇴근합니다." 예전엔 코웃음 칠 소리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요즘엔 육아에서 아빠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아빠와 친한 자녀가 사회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교육계의 연구보고까지 나와 아빠의 육아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육아용품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아빠가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독일의 아기띠 브랜드 '맨듀카'는 체형이 큰 아빠도 사용할 수 있게 맞춤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복부조절끈, 상체조절끈, 가슴끈, 어깨조절끈, 확장형허리벨트, 등받이확장지퍼 등 총 6부위의 체형 맞춤 조절이 가능하다.

아이와 외출하다보면 무거운 유모차는 대부분 아빠들의 차지다. 포맘스의 '오리가미 유모차'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접고 펴져 차에 옮겨 싣거나 좁은 길을 지나갈 때 편리하다. 아기가 탄 것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어 실수로 접힐 우려도 없다. 휴대전화 충전기는 물론 유모차의 온도와 속도, 주행거리를 확인하는 액정화면이 있어 편리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아빠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일 때는 어떤 온도가 좋을까. 요미아시아의 요미는 버튼만 누르면 60초 안에 우유가 따뜻하게 데워지고 1시간 동안 온도가 유지된다. 특히 엄마의 모유온도인 32~34도로 맞춰져 아기에게 바로 먹일 수 있어 편리하다. 이밖에 이유식의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숟가락 등이 아빠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제품이다.

육아용품 전시회사인 베페의 오준화 본부장은 "아빠들의 관심에 따라 식탁의자, 카시트, 유모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아기 띠, 이유식기 등의 제품들은 아빠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열이 높은 아빠들을 위한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교육용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스마트기기 내의 애플리케이션은 다양한 시청각 자극과 놀이활동으로 아이를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에 아이와 놀아주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을 몰랐던 아빠들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CJ에듀케이션즈의 교육용 학습프로그램인 '나는생각 한글'은 아빠의 교육 참여를 유도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CJ오쇼핑을 통해 총 3차례 판매방송을 진행했는데 3회 모두 준비한 수량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LG전자는 유아 학습용 패드인 '키즈패드'를 출시했다. '키즈패드'에는 LG전자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투자한 교육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이야기 나라', '세계명작' 등 기초적인 콘텐츠 및 단계별 한글·영어·수학·과학 등 3~7세의 정서와 인지발달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정승원 CJ에듀케이션즈 마케팅팀장은 "최근 육아 트렌드의 변화로 아빠들의 높아진 교육열과 함께 유아 전용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법이 주목 받고 있다"며 "지난 3월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요리하며 한글을 배우는 키즈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모집 단계부터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고 현장에서도 아빠들의 열성적인 분위기 때문에 달라진 육아 트렌드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빠와 함께 커플룩을 입는 '프렌디룩'도 아이와의 일체감을 가지려는 아빠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아웃도어 제품의 경우 어른과 아이가 재킷을 함께 입는 스타일이 유행이다.

아이파크백화점에 입점한 스포츠의류 브랜드 'MLB'는 한달에 30~40벌의 점퍼가 프렌디룩으로 팔려나간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역시 성인과 어린이 바람막이를 세트로 구매하는 프렌디룩 구매고객이 한달 평균 15명가량 된다.



이러한 프렌디룩은 <아빠 어디가>의 영향이 컸다는 게 의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스포츠브랜드와 아웃도어브랜드의 경우 아동의류와 함께 어른 의류를 매치하는 패밀리룩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TV프로그램과 요즘 트렌드인 프렌디, 스칸디대디(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아빠, 이제 중심으로

여행을 가면 아빠 사진이 드물다. 항상 가족의 모습을 찍어주기 바빠 정작 아빠 본인은 사진에 등장하지 못했던 것. 이에 오픈마켓 11번가는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과 함께 '가족 사진에서 아버지를 찾아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동안 가족사진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던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이벤트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에 응모하려면 반드시 아버지의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는 오는 27일까지 가족사진을 촬영한 후 11번가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우수작 13편을 선정해 50만원 상당의 가족사진 촬영권, 20만원 상당의 '가족 키자니아 티켓' 등 경품을 증정한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호텔 이벤트도 풍성하다.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달 19일까지 '아빠 어디가 패키지'를 선보인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호텔에서 제공한 미션을 풀며 자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패키지다.

아빠와 아이가 호텔에서 준비한 스탬프카드를 가지고 호텔 곳곳을 다니며 미션 3가지를 수행하는 것이다. 3가지를 문제를 맞추면 델리숍에서 스니커즈 아이스크림바와 함께 영화 예매권을 받을 수 있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즐기는 동안 엄마는 호텔에서 스파를 하거나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즐길 여유가 주어진다. 다음 날 아침에는 뷔페 레스토랑 '더 카페'의 조식이 제공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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