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예일-지성' 로컬 회계법인의 반란

더벨 민경문 기자 2013.05.02 11:34
글자크기

빅4 제치고 각각 웅진케미칼·식품 자문사 선정···낮은 비용 부담도 한몫

더벨|이 기사는 04월25일(17:34)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매각 회계 자문사 자리에 로컬 회계법인이 선정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예일회계법인과 지성회계법인. 빅4 회계법인이 독점해 왔던 대형 M&A 자문 시장에서 이처럼 로컬 회사가 매각 자문을 따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에 웅진케미칼 매각 회계 자문사로 선정된 예일회계법인은 지난 2005년 설립됐으며 감사 분야에선 업계 20위권에 포진해 있다. 오영 예일회계법인 대표는 산동회계법인(현 삼정KPMG) 출신이지만 대부분 실무 인력은 삼일PwC에서 영입됐다. 국내 M&A시장에서는 주로 법정관리 딜에서 트렉레코드를 쌓아왔다.

풍림산업, 벽산건설, 동양건설산업에 대한 채권단 측 회생계획안 작성을 도맡아 진행한 곳도 예일회계법인이었다. 최근에는 김치냉장고 부품 제조업체인 본테크의 인가 후 매각 자문 업무를 맡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동부메탈이 법정관리 기업 네오세미테크(현 동부솔라)를 인수할 때 회계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웅진홀딩스와 관련해선 채권단이 지난해 CRO 자문기구로 예일회계법인을 추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관리인이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에 대한 사전 검토, 의견 제출, 부인권(否認權) 등을 확보하며 채권자협의회 자문기구인 삼일PwC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웅진코웨이 이후 웅진홀딩스 주력 매물인 웅진케미칼의 매각 회계 실사를 맡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0년 I&S비즈니스 컨설팅으로 출발한 지성회계법인은 관계사로 법무법인 지평지성, 베리타스 국제특허, 지성 법무사 등을 두고 있다. 사안에 따라 로펌, 회계, 특허법인이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계사 인력은 총 24명이며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의웅, 이희수, 선호진 씨 모두 삼일PwC 선후배 지간이다.

지성회계법인 관계자는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과거 웅진폴리실리콘이 두바이에서 2억 달러 가량의 외자 유치를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올해 초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는 본입찰 이후 상세 실사 과정에서 회계 자문 업무를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먼저 대우일렉의 예비실사를 수행한 건 딜로이트안진이었지만 이후 수수료 조건에서 갈등을 빚으며 지성회계법인이 '어부지리'를 얻었다. 아울러 쌍용건설 매각 딜에서는 NH투자증권과 함께 홍콩계 펀드인 VVL를 대리해 인수 자문을 맡은 이력도 있다.

이들 로컬 회계법인들이 두각을 보인 것은 빅4 업체들 상당수가 웅진 계열사의 감사법인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웅진케미칼의 감사법인은 딜로이트안진이 맡고 있으며 웅진홀딩스는 삼정KPMG가 해당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일PwC와 언스트앤영의 경우 웅진케미칼의 금융 자문 지위를 따내려다 실패한 만큼 회계 자문사로 지원하기가 껄끄러웠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웅진홀딩스 측에서 수수료 부담 때문에 빅4 회계법인에 비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수임이 가능한 로컬 업체들을 선호했을 거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로컬 법인 가운데는 최근 예일과 지성 외에도 삼덕과 대주회계법인 등이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입장에선 수수료 수입보다는 웅진 정도의 M&A레코드를 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