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하이에나' 특허괴물 어떤 기업 노렸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3.04.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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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등 기본적인 기업정보도 베일..제품 상용화 시기에 길목서 특허소송 남발

지난 1분기(2012년 12월~2013년 2월)에 '특허괴물'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대표기업을 상대로 83건의 특허소송을 남발한 가운데 이 기업들의 소송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특허만을 사들여 이를 무기로 기업들에게 특허료를 뜯어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인 지적재산전문업체(NPEs)는 산업계에선 '어둠 속의 하이에나'로도 통한다.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도 좀처럼 공개하지 않고, 회사의 대표나 홈페이지 정도도 공개되지 않은 기업들이 대다수다. 기업들이 제품을 상용화하면 그 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소송 등으로 공격하는 형태다.

지난 1월 LG전자 (110,100원 ▼800 -0.72%)를 상대로 무선 핸드오버(기지국간 끊김 없이 통화하는 기술과 관련) 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US5768185)를 침해했다며,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특허괴물'은 스틸헤드 라이센싱 블루 스파이크(Steelhead Licensing Blue Spike, LLC)다.



이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LG스마트폰 옵티머스9에 채용한 무선핸드오버 기능에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틸헤드는 동일 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의 AT&T, AT&T 모바일, 애플, 도이체텔레콤, T모바일 글로벌, HTC를 상대로 동일법인에 같은 날 제소했다.

이 특허기술은 당초 브리티시텔레콤이 1993년 8월 출원하고, 1996년 2월 보유했던 것이지만 최종 소유권은 '특허괴물' 스틸헤드 라이센싱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이 회사의 대표가 누구인지 실체는 전혀 공개돼 있지 않으며,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81,900원 ▲400 +0.49%)를 상대 소송을 제기한 셈콘테크도 비슷한 부류다. 셈콘테크는 웨이퍼 표면처리 공정시 사용하는 윤활제 등에 대한 특허(US6656023)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같은 시기에 동일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즈'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또 미국 인텔을 상대로 오레곤 법원에, TI를 상대로 텍사스지방법원에 각각 소송을 낸 상태다. 특허 출원자는 비버클릭컨셉사이면 2003년 12월 등록된 특허를 무기로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셈콘테크 역시 미국 텍사스에 기반을 둔 업체라는 정도의 정보만 있을 뿐 홈페이지는 물론 회사에 대한 대다수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 있다.

기아자동차 (128,500원 ▼800 -0.62%)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낸 아메리칸 비히큐럴 사이언시스는 차량 안전성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제어 방법 및 시스템에 관한 특허(US8060282)와 점유자 보호시스템 제어기술에 관한 특허(US8157047), 차량진단정보 생성과 전송 시스템 및 방법에 관한 특허(US8229624)를 침해했다며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 회사도 홈페이지 등 기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텍사스에 위치하고 있고, 아카시아 러서치의 자회사로 운송기계 기술 분야의 소송 및 협상전담 기업이라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이 특허괴물의 이력을 보면 지난해 1월 설립된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돼 지난해 6월부터 자동차 기술 분야 미국 특허를 주장하며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아차에 대해 12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이미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자동차 (287,000원 ▼8,000 -2.71%)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제소한 이력이 있다. 오토모티브 테크놀러지스 인터내셔널(ATI)이 출원한 다수의 특허를 양수해 지난해 6월 토요타 자동차를 시작으로 BMW, 젠텍스, 현대자동차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업계 관계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지적재산전문기업들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기업들이 제품을 상용화할 때 쯤 특허를 무기로 라이센스료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남발해 소송비용이 막대한 미국의 경우 자본력이 없는 기업들은 이들에 굴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특허괴물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채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나면 회사의 모습도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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