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어나니머스에 '좌충우돌'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3.04.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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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해킹 사실 무근 밝혀져… 北 공격예고도 신뢰성 떨어져

↑어나니머스 일원임을 주장하는 한 해커의 트위터 게시글. 이 해커는 외환은행의 고객정보를 해킹했다며 1400여명의 이메일 및 계정을 공개했다./ 사진= 트위터 화면 ↑어나니머스 일원임을 주장하는 한 해커의 트위터 게시글. 이 해커는 외환은행의 고객정보를 해킹했다며 1400여명의 이메일 및 계정을 공개했다./ 사진= 트위터 화면


"한국 외환 은행 고객정보 데이터 베이스를 공개합니다."

23일 오전 어나니머스 소속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해커는 자신의 트위터(@Anonsj)를 통해 1400명 이상의 외환은행 이용자 이메일과 계정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한시간여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외환은행이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공식입장을 밝힌 것. 이메일 계정 역시 대부분 구글·MSN·야후·hotmail 등 국내 이용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계정이 90% 이상이다. 중국으로 추정되는 이메일과 계정도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 외환은행 인터넷뱅킹 아이디는 영문 또는 영문과 숫자를 혼합해 최대 10자리까지 입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상당수 계정이 이를 크게 넘어선다.

어나니머스 그룹으로 추정되는 해커의 금융권 정보유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에도 하나은행을 해킹했다며 은행 직원들의 정보를 올렸지만 당시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19 장난전화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의 근거없는 해킹 주장에 해당 금융기관의 주요 보안 인력들은 본 업무 대신 수시간여 진위파악에 매달려야 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명단 공개 파장 이후 어나니머스코리아 일원이라며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나오는 무분별한 주장들이 명확한 확인과정 없이 보도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각각 한국의 어나니머스 일원임을 주장하는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들이 보도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진실게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쪽은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 한 어나니머스가 '짝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쪽은 '짝퉁'은 없다고 공방을 벌었다. 북한 우리민족끼리 공격도 한쪽은 30명이 함께 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단 2명이 참여했다고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급기야는 이번 외환은행 공격을 주장한 해커는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해체됩니다. 이유는 내부분열입니다"라며 해체설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의 한 언더그라운드 해커는 "어나니머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익명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의 공격 및 언론 노출 방식을 보면 과연 이들이 어나니머스 일원인지 의심을 가게 한다"며 "어나니머스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참여 일원들의 국적을 알리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공공연히 이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격 대상과 시기를 미리 예고하면 대응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공격이 쉽지 않다. 특히 실패하면 명성에 흠이 가기 때문에 섣불리 사전예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자칭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오는 6월25일 북한 인터넷망 '광명'을 외부망과 연결하는 '닌자 게이트웨이'를 구축해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친절하게(?) 예고한 바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최근 어나니머스임을 주장하는 이들이 진짜인지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사안이며 이들의 북한 내부망 공격 예고 역시 '소영웅주의'에 빠진 10대들의 일탈일 수 있다"며 "만일 이 예고가 사실이라면 북한 내부 동조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또 "어나니머스의 실체 여부를 떠나 최근 이들의 공격은 국내법이나 국제법상으로 불법이지만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만큼, 정부가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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