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한전...'원조 스펙타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3.04.2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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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혁신경제: 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6-2> 한국전력, 스펙없는 채용시스템

↑ 한국전력 청년인턴 채용 계획↑ 한국전력 청년인턴 채용 계획


한국전력 (20,600원 ▼1,200 -5.50%)은 전력수급 안정과 청년실업 해소 등 정부 정책 부응을 위해 매년 수백 명 규모로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학력이나 간판보다 실력과 열정을 중시하는 '스펙 타파' 채용 시스템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연령 제한도 없애 버렸다.
학력이 낮다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신규 채용 때 그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물론 업무 특성 또는 법률적인 문제로 대졸 이상 학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졸과 대졸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전은 이 같은 채용원칙을 바탕으로 올해 정규직 818명, 청년인턴 1128명 등 모두 1946명을 채용한다. 우리나라 전체 공기업이 올해 3675명의 정규직 직원을 뽑는데, 한전이 22.3%를 책임지는 셈이다. 이중 상반기에만 청년인턴 775명을 선발한다. 한전은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모집인원의 최대 10%까지 우선 채용할 예정이다. 또 연고지를 고려한 지역 단위의 선발을 통해 지역인재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기술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해 이공계 인재 육성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청년인턴으로 선발되면 전국 각지에 배치돼 약 5개월간 고객서비스 및 설비운영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한전에서 5개월 이상 근무하고 청년인턴과정을 수료하면 향후 신입사원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에서 '인턴 과정 중 근무 평정과 과제 평가'를 통해 5~10%의 가점을 받게 된다.



↑ 한전 대전충남지역본부 당진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윤세희(여, 20)씨↑ 한전 대전충남지역본부 당진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윤세희(여, 20)씨
한전 대전충남지역본부 당진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윤세희(여, 20)씨도 이 같은 '스펙타파' 시스템을 통해 입사했다.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7월 한전 청년인턴에 합격했고, 5개월 동안 인턴과정을 거쳐 올해 1월 정규직 직원이 됐다. 윤 씨는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할 때엔 인문계와 특성화고(옛 전문계고)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함께 펼친 '열린 고용' 캠페인 등에 힘입어 기업들의 채용관행과 사회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점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줬다. "다른 나라 학생들을 보니 대학에 가는 것만이 실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화된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특성화고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씨 부모님은 이런 결정에 반대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대학을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윤 씨의 고집을 부모님도 꺾지 못했다. 윤 씨는 자신의 신념과 확신을 부모에게 전달했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허락을 받아냈다.


윤 씨는 학력을 보지 않고 실력으로만 뽑는 한전의 인재채용 시스템을 주목했다. 그는 한전에 입사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공부, 인적성검사 준비, 자격증 등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기 위해 교내 보충에도 참여하고 방과 후에도 관련 공부를 했다. 또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법원과 기업 인턴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런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됐고, 결국 한전에 입사했다.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윤 씨는 고졸 취업자라 회사 생활에서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보다 좀 더 일찍 사회에 나와 더 열심히 자신을 회사 선배들이 대견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고졸 출신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전혀 그런 문제가 없다"며 "선배들이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윤 씨처럼 고졸 출신들이 대졸 입사자와 비교 해 보직이나 승진, 급여 등에 있어 차별이 없도록 고졸 입사자가 입사 후에도 꾸준한 경력개발을 통해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뜨거운 열정과 창조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며 "스펙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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