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합병 2배 급증..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3.04.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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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63건, 지난해 2.4배.."저성장기조 속 외형성장 위한 선택"

국내기업의 합병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외형성장을 위해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초까지 회사합병 결정 공시를 내놓은 기업 수는 총 6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합병결정 공시를 내놓은 기업 수(25개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코스피 상장사는 15개사가 합병결정 공시를 내 지난해 같은기간 3개사보다 5배가 늘었으며, 코스닥 역시 21건으로 3배가 늘어났다. 비상장사인 기타법인도 27건을 기록하며 1.7배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기업 계열사들의 흡수합병이 눈에 띠었다. CJ (122,500원 ▼2,100 -1.69%) 그룹의 경우 올해 들어 CJ대한통운 (98,000원 ▲1,300 +1.34%)이 계열사 CJ GLS를, CJ CGV (5,980원 ▼160 -2.61%)가 자회사인 프리머스시네마를 합병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CJ제일제당이 전분당 업체인 신동방CP를, CJ E&M이 CJ인터넷, 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등을 각각 흡수했다.



SK (207,000원 ▼12,000 -5.5%) 그룹은 지난해 SK케미칼 (34,750원 ▼400 -1.14%)이 한국수면네트워크를, 유비케어가 에버헬스케어를 합병한 데 이어 올해는 SK C&C (154,200원 ▲200 +0.13%)가 엔카네트워크를, SK브로드밴드가 브로드밴드미디어를 흡수했다. 포스코 (379,500원 ▲4,500 +1.20%) 계열사 중 성진지오텍 (90원 ▼10 -10.0%)은 포스코플랜텍과의 결합을 택했고 포스코엠텍 (17,400원 ▲120 +0.69%)은 나인디지트를 끌어안았다.

기업들은 이 같은 합병의 목적에 대해 △경영효율성 증대 및 시너지 효과 극대화 △관리 업무부분의 슬림화 및 비효율성 제거 등을 꼽는다. 중첩되는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 차원에서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다수 기업들이 중첩된 계열사 사업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CJ대한통운-CJ GLS, SK케미칼-한국수면네트웍스, 포스코엠텍-나인디지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롯데삼강-롯데햄, 비상교육-비상이에스엔, 동성홀딩스-동성에이엠, 한솔제지-한솔CSN, 국제디와이-국제 등도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일부 기업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타법인을 합병하기도 했다. 성진지오텍의 경우 주력사업은 플랜트 모듈생산이지만 포스코플랜텍 합병으로 제철설비 사업을 인수키로 했다. 도매·가전·건설분양 업체인 디웍스글로벌의 교육업체 합병, 디지털 계량기 업체인 옴니시스템의 신용카드 제조사 합병 등도 마찬가지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다수 합병은 대부분 주주총회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합병으로 이는 그룹내 구조조정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비용은 줄이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이 일정 수준으로 성장하면 현금이 쌓이고 재무구조가 좋아지지만 성장은 정체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기 위해 M&A(인수합병)라는 단계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정리, 합병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며 "현재는 그룹내 구조조정을 통한 시너지 도모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국내 M&A가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기업의 그룹내 구조조정 성격의 합병과 국내 합병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향후 M&A의 무대는 해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화절상 추세 역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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