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이 하나 줄었다"...아르헨티나인들 대처 사망에 냉담

머니투데이 이호기 국제경제부 인턴기자 2013.04.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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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섬에 투입된 영국군의 모습. (ⓒITN동영상 캡처)↑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섬에 투입된 영국군의 모습. (ⓒITN동영상 캡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망에 대한 애도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영국과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전쟁을 치른 아르헨티나만큼은 애도 물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전쟁 당시 자국 장병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상기시키면서 대처 전 총리를 전범으로 묘사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대처 전 총리의 타계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후 아직까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부는 공식 애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대처 수상이 향년 87세로 타계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현지 국영통신사인 텔람(Telam)은 지난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한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 '벨그라노'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총리였던 대처의 무력 조치 결정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당시 영국의 공격으로 당시 벨그라노 호에 타고 있던 323명의 아르헨티나 해군 장병은 모두 전사했다.

대처는 1982년 4월2일 아르헨티나의 실제 침공이 이뤄진 후 유엔의 침공 비난 성명이 나온 뒤 사흘째 되던 날 해군 특공대를 투입해서 전쟁을 벌였다. 두 나라에서 모두 913명이 희생된 가운데 그해 6월 중순 쯤 영국의 승리로 전쟁은 끝났다.

아르헨티나 참전용사인 에르네스토 알베르토 알론소는 "그녀(대처 전 총리)는 인류에 어떤 긍정적인 것도 가져다주지 않은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크게 해를 끼친 인물이다.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자들과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이 뿐 아니라 대처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대한 트위터에서의 현지인들 반응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프로축구단 팬으로 알려진 한 젊은 트위터리안은 "마가렛 대처가 죽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라는 글을 남기는가 하면, 아르헨티나 언론사의 한 기자는 "세계적인 집단 학살 전범이 한명 줄었다"라고 대처 총리의 과거 행적을 비난했다.

현지 유명 영화 평론가는 대처 총리의 뉴스가 트위터에서 넘쳐나자 "우리가 관심 없는 뉴스로 가득 찬 곳은 트위터 만한 데가 없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포클랜드 섬 주민들은 대처 수상의 타계 소식에 대부분 슬퍼하는 분위기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대처 전 총리에 대한 추도식과 조의를 표하는 조기게양을 계획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1982년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에 침공했을 때 영국군을 투입한 대처 수상의 결단력을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매해 1월 10일을 '대처의 날'로 지정해 대처 전 총리에게 감사를 표한다.

지난달에는 영국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영유권 협상 요구에 맞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98.8%가 영국령 잔류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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