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유독 민원이 많은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험은 상품 자체가 태생적으로 민원 유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점은 보험 약관과 다른 금융상품의 약관을 비교해보면 가늠할 수 있다. 은행 예금의 약관은 약관이라고 할 것까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원금과 이자를 정해진 만기에 지급한다는 것이 전부다. 다툼의 소지가 별로 없다.
보험 특유의 판매방식도 민원 유발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고객이 점포에 찾아와 상품을 구매하는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보험은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판매한다. 보험은 예금처럼 고객이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가 고객을 쫒아 다니면서 보험의 필요성을 일깨워야 구매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험의 판매는 보험회사가 통제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판매과정을 관리자가 지켜보지 못한다. 상품 자체가 복잡한데다가 판매방식이 이렇다 보니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나름대로 이해한 보장내용과 약관에서 실제로 보장하는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자주 생기고 분쟁이 발생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특유의 환경이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부정하기 어렵다. 선진 보험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시장에 규율이 부족하다는 평을 한다. 지나치게 단기적인 영업실적을 추구하는 경영풍토, 중소형사나 대형사가 모두 동일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몰려다니기 현상으로 불건전한 경쟁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나름대로 타이트하게 관리해온 전속설계사 채널이 아닌 대리점, 통신판매 등 새로운 판매채널이 급성장하면서 품질관리의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험료 인상 억제 중심의 감독정책으로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보험은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문전박대하는 고객을 끈질기게 설득해 보험에 가입시켜 결과적으로 불행을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설계사를 고마워하는 미담이 수도 없이 많다. 보험이야말로 인류가 진화의 최종단계에 이르러서야 발명할 수 있었던 최고의 상품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에 대한 이미지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감독당국의 민원감축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 보험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국내 보험업이 질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