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가 만난 '모스크바의 사계'

머니투데이 글·사진=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13.04.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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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 긴겨울 그래서 더욱 찬란한 봄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 모스크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붉은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 사원. ⓒ 사진=송원진↑ 모스크바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붉은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 사원. ⓒ 사진=송원진


↑한 겨울의 붉은광장. ⓒ 사진=송원진↑한 겨울의 붉은광장. ⓒ 사진=송원진
언제나 ‘모스크바’ ‘러시아’라는 단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는 '겨울'이다. 거의 매번 내가 듣는 말도 “어머, 거기 얼마나 추워요?”, “여름이 있긴 해요?”, “겨울만 있죠?”이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시베리아에서도 참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4계절이 있긴 하다.
비록 겨울이 길긴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야빈, 카발렙스키, 하차투리안, 리히터, 로스트로포비치등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 작곡가들의 요람이었던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은 붉은 광장에서 도보 10분거리에 있다.

↑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앞에 서있는 차이코프스키 할아버지 동상. 6월 졸업식 후여서 지휘봉 대신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사진=송원진↑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앞에 서있는 차이코프스키 할아버지 동상. 6월 졸업식 후여서 지휘봉 대신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사진=송원진
↑겨울의 차이코프스키 동상. 가끔 음악원 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드카병을 들고 있을 때도 있다. ⓒ 사진=송원진↑겨울의 차이코프스키 동상. 가끔 음악원 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드카병을 들고 있을 때도 있다. ⓒ 사진=송원진
↑21세기 현재 크리스마스의 붉은 광장. ⓒ 사진=송원진↑21세기 현재 크리스마스의 붉은 광장. ⓒ 사진=송원진
↑크리스마스의 붉은 광장. ⓒ 사진=송원진<br>
↑크리스마스의 붉은 광장. ⓒ 사진=송원진
1866년 러시아음악협회 모스크바지부의 음악교실로 설립이 되었는데 니콜라이 루빈시타인이 초대교장이었다. 한때 차이코프스키도 이곳에서 화성학이라는 이론 과목을 가르쳤었다. 1940년 국립이 되면서 현재의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개칭되었다.



차이코프스키가 살아있을 때 모스크바는 어떠했을까?

1992년 내가 맨 처음 모스크바에 갔을 때만해도 요즘같은 화려한 불빛은 없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살던 그 때는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음악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또 시간이 있으면 그곳에서 새로운 곡들을 구상하고 작곡하고 그러다 근처에 있는 극장에 가서 연극도 보고 산책도 하고...


↑모스크바 음악원 근처에 있는 푸쉬킨 극장. 매일 밤 멋있는 연극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다. ⓒ 사진=송원진↑모스크바 음악원 근처에 있는 푸쉬킨 극장. 매일 밤 멋있는 연극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다. ⓒ 사진=송원진
↑ 모스크바 구세주 성당. 1839-1883년에 지어졌다. 스탈린 종교 탄압 정책으로 1931년 폭파되었으나 구 소련 붕괴후 종교 복권이 시작되자, 1995-1996년 국민성금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다시 재건하여 2000년 5월 헌당식을 가졌다. ⓒ 사진=송원진↑ 모스크바 구세주 성당. 1839-1883년에 지어졌다. 스탈린 종교 탄압 정책으로 1931년 폭파되었으나 구 소련 붕괴후 종교 복권이 시작되자, 1995-1996년 국민성금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다시 재건하여 2000년 5월 헌당식을 가졌다. ⓒ 사진=송원진
↑ 모스크바에서 제일 유명한 거리중 하나인 아르바트 거리. 어느 날 나가보니 이렇게 많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각양각색의 재미난 표정의 아이들. ⓒ 사진=송원진↑ 모스크바에서 제일 유명한 거리중 하나인 아르바트 거리. 어느 날 나가보니 이렇게 많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각양각색의 재미난 표정의 아이들. ⓒ 사진=송원진
ⓒ 사진=송원진ⓒ 사진=송원진
또 일이 안풀려 머리가 아프거나 마음이 아프면 교회도 갔을 것이다. 가까운 작은 교회를 갔을 수도 있고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큰 성당에 가서 초를 하나 세우고 간절히 기도를 했을 수도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길을 거닐 때 거리는 어땠을까... 한겨울, 눈이 많이 오면 그 눈들을 치우며 무엇을 했을까? 그 때도 영화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장면처럼 눈 위에 누워서 양팔과 양다리를 이용해서 천사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그 때 겨울엔 포커놀이와 오페라를 즐기며 사교계의 가십거리를 서로에게 전하느라 바빴을까?



↑ 갑자기 봄이 오면 모스크바의 거리가 온통 꽃밭이 된다. ⓒ 사진=송원진↑ 갑자기 봄이 오면 모스크바의 거리가 온통 꽃밭이 된다. ⓒ 사진=송원진
↑ 모스크바의 봄. ⓒ 사진=송원진↑ 모스크바의 봄. ⓒ 사진=송원진
↑ 노보데비치 수도원.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인 마트료시카. 나무로 만든 인형인데 속에서 계속 작은 인형이 나온다. 다산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 사진=송원진↑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인 마트료시카. 나무로 만든 인형인데 속에서 계속 작은 인형이 나온다. 다산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 사진=송원진
굉장히 긴 6개월의 겨울이 지나면 모스크바는 갑자기 온통 꽃밭으로 변하고 너무나 밝고 예쁜 햇살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우울한 멜로디의 대명사인 차이코프스키의 마음조차도 이때는 밝은 빛으로 조금은 더 반짝였을까?

어쩌면 이런 따스한 햇빛을 보며 유일하게 그가 연모(?)했던 폰 메크 부인에게 달달한 편지를 썼을 수도 있겠다.

모스크바에 봄이 지나고 여름이 돌아온다. 이 여름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짧은 가을로 이어진다.



아마도 이 시기에 차이코프스키는 모스크바가 아니라 근교 별장이나 다른 귀족들의 집에 놀러갔을 지도 모르겠다. 근교 별장에서 여름을 만끽하며 작품을 작곡하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열어도 열어도 계속 나오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도, 모스크바도 알아갈수록 더욱 새로운 것이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참 오래 살았는데... 지금도 그 곳은 내겐 여전히 새롭고 신기한 것 천지다.

☞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콘서트 4월21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착한 콘서트>
차이코프스키가 만난 '모스크바의 사계'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4월 공연은 21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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