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웃도어의 한국시장 '대공급'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3.04.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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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아웃도어 '2차 대전'/ 다양한 루트로 6조시장 공략… 초고가 제품도 반응 좋아

"한국 교육이 산으로 가니 애들이 등산복(노스페이스)에 그리 열광하는 것 아니냐."
"동네 뒷산 오르는데 옷차림은 히말라야 오를 기세다."

아웃도어의 인기를 두고 나온 우스갯소리다. 하나같이 아웃도어시장의 과열현상을 꼬집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냉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아웃도어업계는 탄탄대로다. 올해 6조원 규모를 넘본다. 시장규모로는 전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2위이며, 유통선진국인 일본(2조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라는 평가속에도 최근 들어 해외 아웃도어업체들의 '한국 러시'가 뜨겁다.



런던올림픽 헤롯백화점 코오롱스포츠런던올림픽 헤롯백화점 코오롱스포츠


◆'브래드 파워' 내세워 한국시장 직접 노크

우선 해외브랜드가 직접 국내에 노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스위스 브랜드 마무트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마무트는 2009년까지 국내 업체를 통해 수입되다가 올해부터 국내에 지사를 파견했다. 이로써 한국을 비롯해 유럽 및 북미지역과 일본 등 아시아지역을 포함한 40여개국에 진출하게 됐다.



앞서 마무트 스위스 본사 경영진들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 북한산을 등반하며 국내 소비자의 수준을 피부로 느꼈다. 이들은 높지 않은 산을 등반할 때도 등산장비를 풀세트로 갖추는 한국인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서해관 마무트코리아 신임대표는 "마무트는 한국을 글로벌시장 10대 거점지역으로 삼았다"며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무척 높은 시장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무트는 현재 전국에 2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전국적으로 매장을 14개 더 확대하는 한편 백화점 입점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말에는 일본의 아웃도어 전문 멀티숍 '슈퍼스포츠 제비오'도 국내에 상륙했다. 제비오는 일본에 590여개 매장을 가진 50년 역사의 대형 유통회사. 국내 아웃도어시장이 단독 브랜드숍 위주였다면 제비오는 멀티숍을 지향한다. 지난해 GS계열사인 코스모그룹과 합작해 제비오코리아를 설립한 후 국내에 1호점을 냈다.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있는 '제비오 1호점'은 700평 규모의 매장에 골프·등산·캠핑·슈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마루망, 마제스티 등 글로벌 골프브랜드를 비롯해 컬럼비아, 아크테릭스, 몬츄라, 마무트, 스노우피크, 콜맨과 같은 아웃도어 캠핑 브랜드 등 국내외 500여개의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것. 국내 최초로 '어반 아웃도어존'도 마련됐다.

제비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입업체가 국내에 처음으로 아웃도어 멀티숍을 낸 데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 국내 업체와 판권 계약…시장 연착륙 노려

앞선 해외기업과 별개로 이미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아웃도어업체들은 국내 업체와 판권계약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라푸마그룹의 브랜드인 라푸마, 밀레, 아이더의 경우 국내 업체와의 상표권 계약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2009년 LG패션이 라푸마를, 같은 해 밀레코리아가 밀레의 한국과 중국 상표권을, K2코리아가 2008년 아이더의 국내 상표권을 사들였다.

'몽벨'과 '잭울프스킨'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5대 아웃도어브랜드로 꼽히는 몽벨을 국내에 들여온 건 LS네트웍스다. LS네트웍스는 2010년부터 프랑스 몽벨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몽벨 외에도 잭울프스킨이라는 독일 아웃도어브랜드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잭울프스킨 역시 올해 안에 독점 수입계약을 맺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몽벨이 아웃도어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잭울프스킨은 일상생활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LS네트웍스는 차별되는 두 브랜드를 통해 아웃도어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국내업체가 글로벌브랜드와 판권을 계약하면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생산, 유통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들 브랜드는 모두 국내에서 디자인하고 생산된다. 따라서 현지의 브랜드와는 다를 수 있다.

일례로 아이더의 경우 프랑스 현지에서는 아웃도어와 함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함께 병행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오면서 아웃도어 제품에만 주력하고 있다.

◆ 해외브랜드 초고가에도 '불티'…국내업체 긴장?

해외기업들의 한국 직접 진출이 비교적 초기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눈에 띄는 성과도 내놓고 있다. 고가의 브랜드이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마무트, 아스테릭스, 몬츄라 등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등의 아웃도어 고가 논쟁을 비웃듯 초고가 가격으로 응수하는 해외브랜드다. 10만원대면 살 수 있는 바람막이도 이들 제품은 100만원을 호가한다.

마무트는 150년의 전통을 지닌 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이고, 아크테릭스는 캐나다의 젊은 클라이머가 1989년 만든 브랜드다. 몬츄라는 이태리의 한 패션디자이너가 1998년 만든 아웃도어브랜드다. 모두 프리미엄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제품들로 높은 가격임에도 국내에서는 40~5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등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마무트의 '노트반트재킷'(138만원), 아크테릭스의 '알파SV재킷'(113만9000원), 몬츄라의 '버티고팬츠'(26만5000원~44만원) 등이 '잇아이템'(소장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K2, 해외진출에 '진통' 앓는 까닭

해외 아웃도어의 한국시장 '대공급'
해외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과 반대로 한국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2006년 9월, 중국 베이징의 엔샤백화점에 1호 매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기준 매장수 93개, 매출액 400억원을 기록했다.

블랙야크는 중국 내에서 등산용품 시장이 채 형성되지도 않은 1997년 초부터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1998년 베이징 1호점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중국내 매출을 2000억원, 대리점은 8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아웃도어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국내회사인 영원무역이 생산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전세계 노스페이스 제품의 약 40%를 생산하며 노스페이스 생산업체 중 가장 많은 양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3위업체인 K2는 한숨만 내쉬는 실정이다. 이유는 이름이 같은 미국브랜드 K2스키 때문이다. K2는 고유명사(카라코람 산맥의 세계 제2의 고봉)로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이미 미국에 상표가 등재돼 있어 마케팅활동을 벌일 수 없다. K2스키가 이미 진출한 캐나다, 유럽, 오스트리아, 일본 등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이미 상표권 등록이 완료돼 K2가 나설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K2스키 측과 소송까지 불사한 끝에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K2는 해외진출에 신중한 모습이다. K2관계자는 "K2스키 측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표권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며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도 국내시장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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