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회사가 관리종목으로, "아! 회장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3.04.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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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SG그룹 등 대표기업 주식분포요건 불충족… 코스피 맏형들 상장의지 없나?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맛살의 강자 사조대림 (53,300원 ▼500 -0.93%)이 지난 2일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망신을 당했다. 시가총액 700억원이 넘는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관리종목이 된 이유가 뭘까. 한 마디로 대주주 지분이 지나치게 높아 주식분포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조대림의 최대주주는 35.41%를 보유한 사조산업. 하지만 사조씨푸드와 사조해표, 캐슬렉스서울, 사조인터내셔널 등 사조 계열사가 소유한 지분을 합하면 89.98%에 달한다. 사실상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개인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소액주주 지분율은 8.29%에 불과해 49만여주를 1357명의 소액주주가 나눠 갖고 있다.



이러니 하루 거래량이 1만주는 커녕 1000주를 넘지 못하는 날이 태반이다. 상장기업으로서 주주가치 제고는 고사하고 유동성이 떨어져 주가가 제 값을 받기 어려운 지경이다.

사조대림과 함께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나란히 상장한 SG충남방적 (3,020원 ▼45 -1.47%)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로 창립 60년인 SG충남방적은 기타 해외법인을 비롯해 총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SG그룹의 핵심 계열사. 하지만 역시 피혁제조사 SG고려가 70.08%를 보유하고 있지만 KM&I, SG세계물산 등 계열사 지분을 합치면 84.86%에 달한다.

나머지 7.80%의 주식을 전체주주수의 99.61%에 달하는 소액주주 1804명이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의범 회장의 개인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 2300억원에 달하는 한국개발금융 (0원 %)은 아예 일반주주들의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하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개발금융은 지난해 4월 1주당 2만3000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21.33%인 203만1068주를 공개매수키로 했다. 당시 시가보다 27%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지만 주주들의 참여는 부진했다.


지난해 초 72.16%였던 화인파트너스의 한국개발금융 지분율은 공개매수와 장내 매수로 현재 87.7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95%까지는 아직 모자란 상황이다.

지난 2일 나란히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들 3사의 주가는 급락세다. SG충남방적은 당일 하한가에 마감했고 사조대림도 지난 3일 6%대 후반 뒤로 밀렸다. 한국개발금융 역시 4일 4%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분포요건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을 블록딜로 일부 팔거나 신주를 발행해 유통주식수를 늘리면 수월히 해결할 수 있지만 의지의 문제"라며 "상장 후 긴 시간이 지나 성장이 정체되거나 자금수요가 없고 오너 1인의 카리스마에 의지하는 중견기업들 중에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오는 5월부터 주식분포요건 미달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기준을 소액주주 지분율 10%미만 대신 일반주주 지분율 10%미만으로 완화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10%미만인 상태가 2년 연속 이어지면 자진 상장폐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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