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하우스푸어' 외면?…뿔난 수도권 외곽주민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4.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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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대 전용 85㎡ 초과 중대형 '하우스푸어' 더 힘들어질 듯

↑3일 경기 김포 운양동 일대에 '4.1부동산대책' 후 취득세, 양도세 혜택을 강조한 분양광고가 눈에 띤다.ⓒ송학주↑3일 경기 김포 운양동 일대에 '4.1부동산대책' 후 취득세, 양도세 혜택을 강조한 분양광고가 눈에 띤다.ⓒ송학주


 "8억원넘는 서울 강남아파트는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이 되는데 4억원도 안되는 이 곳 아파트는 혜택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하우스푸어'는 여기있는데 혜택 기준을 강남에만 맞춘 현실이 서글프네요."

 3일 인천 서구 경서동 청라지구에서 만난 이태성(45·가명)씨는 지난 1일 발표된 정부의 '4·1부동산대책'에 따라 "이번 기회에 집을 팔자"며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자신의 집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없어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얘기였다.



 이씨의 집은 청라S아파트 전용 101.58㎡로 현재 시세가 3억7000만원 정도다. 분양가는 4억5000만원. 원래 살던 집을 판 돈 1억8000만원에 대출금 2억7000만원을 더해 아파트를 구입했다. 분양 당시만 해도 개발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아이들 3명을 키우다 보니 큰 아파트가 필요했다.

 이씨는 "2011년 입주할 당시만 해도 꿈에 부풀었지만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매달 100만원 넘는 대출 이자를 갚아나가기가 버거워 결국 집을 팔기로 했다"면서 자신이 '하우스푸어'임을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는 사상 처음으로 기존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혜택 대상은 시가 9억원 이하의 신축주택과 미분양주택이거나, 1가구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로부터 취득하는 85㎡ 이하로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으로 한정했다.

 신축주택과 미분양주택은 면적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씨의 경우처럼 기존주택을 매매할 경우 양도세 면제 대상 주택 면적을 85㎡(전용면적) 이하로 못박고 있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3일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도로 곳곳에 미분양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3일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도로 곳곳에 미분양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다.ⓒ송학주
 ◇강남에 기준 맞춘 부동산대책…수도권 외곽 '역차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발표한 '4·1부동산대책'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고 발표한 대책인데 안을 들여다볼수록 부자촌인 서울 강남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이라고 했지만, 양도세 감면 대상을 '전용 85㎡ 이하면서 9억원 이하인 주택'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김포 장기동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85㎡ 이하면 32~33평형대인데 서울 강남 아니고서는 9억원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며 "수도권 외곽은 대부분 3.3㎡당 1000만원 이하로 3억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택 매입을 희망하는 이들은 85㎡를 초과하는 기존주택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값싼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하우스푸어'들은 집을 파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다.

 인천 서구 경서동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이 지역 중소형아파트 소유자 중 하우스푸어는 거의 없다"며 "실제론 중대형을 무리하게 대출받아 장만한 이들이 하우스푸어인데 이번 대책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분개했다.

↑3일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송학주 기자↑3일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송학주 기자
 ◇"'전용 85㎡ 이하 또는 9억원 이하'로 변경해 달라"
 특히 2000년대 중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과천, 김포, 용인, 성남 등의 아파트값은 고점대비 20% 안팎 하락했다. 대부분이 서울 과밀화를 막고자 건설된 경기도 소재 신도시들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미분양물량과 아파트값 하락으로 시름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금 감면 요건을 '전용 85㎡ 이하 또는 9억원 이하'로 변경하거나 지역별로 면적과 가격 요건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후덕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4·1대책 중 양도세 면제 대상이 '9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인 점에 대해 강남 이외 지역 주민들이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상 주택 기준이 면적은 넓지만 가격은 싼 강남 이외 모든 지역, 즉 강북이나 수도권 및 전국의 모든 지역 주민들을 역차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양도세 감면 대상의 면적제한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중대형 단지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외곽 중대형 단지들의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보완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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