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도 '수직 상승'할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3.04.09 11:18
글자크기

[머니위크]기대반 우려반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

양도세 면제·리모델링 수직 증축 등 파격 대책… 효과는 지켜봐야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5년 면제 등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한박자 늦은 대책으로 거래시장 활성화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새 정부에서 강도 높은 규제 완화책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사실상 5년간의 정책방향을 판단하는 근거다. 4·1 부동산대책에 담긴 주요 내용과 수혜 대상,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실현 가능성을 살펴봤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_뉴스1 박세연 기자)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_뉴스1 박세연 기자)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 부동산대책은 취득세와 양도세를 크게 완화하고 대출의 문턱을 낮춘 것이 골자다. 우선 연말까지 9억원 이하의 신규 또는 미분양 주택을 구입한 경우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 1주택자가 소유한 9억원·85㎡이하 주택을 구입한 경우도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만약 조건에 맞는 주택을 올해까지 계약한 뒤 5년 이내에 되팔 경우 이 기간에 발생한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 임기 내에 거래하기만 하면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내용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책이다. 올해 내 6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하는 가구에게 취득세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부부합산 연 6000만원 이하 소득자에 한해서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은 주택가격의 1%다. 5억원의 주택을 구입했다면 5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대출한도와 금리도 낮아진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손볼 예정이다. 연말까지 DTI를 은행 이자율로 적용토록 하고 내년부터는 폐지한다. LTV는 집값의 70%까지 적용키로 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소득이 없더라도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을 이용하면 최대 대출한도는 2억원으로 제한된다.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도 나왔다. 근로자·서민을 위한 전세자금 지원책으로, 부부합산 연 4500만원 이하 소득자에 대해 3.5%의 대출금리로 1억원까지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연 4000만원 이하 소득자에 한해 3.7%의 금리로 최고 8000만원까지 가능했다.

지난 1월 임시국회가 차질을 빚으며 취득세 감면 연장안 처리가 불투명해져 주택거래 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지난 1월 임시국회가 차질을 빚으며 취득세 감면 연장안 처리가 불투명해져 주택거래 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
◆아쉬움 속 기대감 상승

심리적 요인이 큰 부동산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알맹이 없는 정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중개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책'이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비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기존 주택거래에 따른 양도세 전액면제는 이번에 처음 적용된 정책인 만큼 이번 조치가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됐다. 신규주택과 미분양주택 구입 시 적용받을 수 있어 건설업계의 분양 포트폴리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후아파트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도 건설업계가 환영하는 내용이다. 그간 수평·별동 증축만 허용했을 뿐 수직증축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수직증축에 따른 조합의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공주택의 공급물량 축소도 건설업계가 반기는 조치다. 정부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신규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을 중단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건설업계는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가 민간건설 공급물량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부동산업계에는 '종합선물세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수요 증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눈치다. 우선 양도세 면제가 효과를 발휘할지 걱정이다. 양도세 면제혜택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이 있을 때 발생한다.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양도세 면제효과가 주택구입의 유인책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

DTI와 LTV 등 금융규제 완화대상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국한된다는 점도 건설업계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구입욕구는 오히려 다주택자에게 있는데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시장에 규제완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주택거래를 끌어올리려 한다면 좀 더 강한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대출심사를 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통과여부에 주목…거래공백 우려도

다소 파격적인 부동산대책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국회와의 조율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정부는 이번 대책 내용을 여야와 합의해 원만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이 부자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처리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가장 먼저 추진한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안은 3개월이나 걸렸다.

당장 취득세 면제혜택 관련 법안은 4월 중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은 면제 대상 주택 대부분이 강남3구에 집중돼 있어 강남 부유층을 위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보유세 증세와 지방재정 확보를 병행한다면 한발 물러설 뜻을 보이고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금융규제 완화 역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고려치 않고 대출을 장려하는 것은 하우스푸어를 장려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부동산전문가들도 여기에 동의한다. 빚을 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라고 소득이 낮은 젊은 층을 내모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구제책과 더불어 양산책을 내놓는 이율배반적 정책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의 공방으로 오히려 거래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올해 1~2월 정책지연에 따른 거래 급감을 경험한 부동산중개업계는 조속한 시행을 염원하는 눈치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4·1 대책으로 문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거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최근 수요는 정부 발표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당분간 문의만 있고 거래는 없는 상황이 재연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