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국내 실사업무 선구자, 재도약을 꿈꾸다-上

더벨 박시진 기자 2013.04.02 13:13
글자크기

홍태호 언스트앤영 전무

더벨|이 기사는 03월05일(16:1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언스트앤영(Ernst&Young)은 국내 최초로 실사(Due Diligence) 업무를 시작한 회계법인이다. 타 법인들이 감사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언스트앤영은 실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시스템을 도입, 본부까지 설립했다. 리스크가 따를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자신들의 혜안을 믿고 추진했다.



언스트앤영의 판단은 적중했다. IMF가 찾아오기 직전인 1996년, 한국에 인수합병(M&A)딜이 쏟아지며 회계법인들은 앞다퉈 M&A부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스트앤영은 이미 M&A뿐 아니라 감사 본부에서 세무, 컨설팅, 실사까지 커버가 가능한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빅4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원 펌(One-Firm)이었기 때문이다. 멤버쉽 펌(Membership-Firm) 형태로 운영되는 타 법인과는 달리 언스트앤영은 세계적으로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더벨]국내 실사업무 선구자, 재도약을 꿈꾸다-上


그렇다 보니 언스트앤영의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한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 이 점이 실사 업무에 강점으로 작용, 국내 최초의 실사 본부 설립을 이끌어 냈다. 그 중심에는 홍태호 전무가 있다. 17년째 120명의 리더로 실사 본부를 이끌어 오고 있는 그는 한국의 실사 업무와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홍 전무는 1996년 미국 코카콜라가 국내 바틀링(Bottling) 회사들을 인수한 건을 시작으로 국내에 실사 업무를 본격 도입했다. 그 당시 국내에는 서울 두산음료, 부산 우성식품, 호남식품, 범양식품 등 4개의 바틀링 회사가 있었다. 코카콜라음료는 국내 진출을 위해 인수를 희망했다. 언스트앤은 2년에 걸쳐 국내 4개 바틀링 회사 중 3개를 실사해 5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딜이 한국 M&A시장에 실사 업무의 물꼬를 틘 셈이다.

"그 때만해도 회계사들은 감사에 주력하지 실사에 대해 잘 몰랐지요. 회계법인들 중에서 실사를 해 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리포트를 어떻게 작성할 지, 경상적인 이익을 어떻게 계산할 지, 그 어떤 노하우도 없었습니다." 홍 전무는 처음 실사 업무를 맡았을 때를 떠올리며 쑥쓰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가 코카콜라 바틀링 인수를 담당했을 때만 해도 실사란 생소한 분야였다. 그렇다 보니 밸류에이션을 비롯, 에비타(EBITDA)를 계산하는 방법 등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었다. 글로벌 펌인 언스트앤영 아틀란타(Atlanta) 오피스에서 회계사들을 데려와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그 시스템을 응용, 발전시켜 오늘날까지 실사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홍 전무는 코카콜라 인수를 시작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공을 쌓아갔다. 그는 "최대한 많은 딜을 담당해 경험을 늘리자는 의미에서 쌍용자동차, 상하이 자동차 등 작은 인바운드(In-bound) 딜의 실사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하우가 축적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그는 1998년 영국으로 건너갔다. 코리안 데스크로 파견을 나가 은행, 증권사, 상사 등 회계감사, 컨설팅, 실사 등 한국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원스탑 서비스(One-stop service)를 숙지해왔다. 체계화된 실사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작업에 능수능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4년간 실력을 쌓은 그는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칼라일의 금호타이어 인수 딜의 실사를 맡아 진행했다.

"칼라일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강하게 원했습니다. 우리는 실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파악, 그 부분을 뒷받침해 벨류에이션을 책정했습니다. 그 가격으로 양측이 협상을 진행했지요. 전 과정을 커버한 셈입니다. 원스탑 서비스처럼 제공이 돼야 클라이언트가 정확한 가치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영국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지요." 그는 실사와 밸류에이션, M&A 자문 업무 등 결코 정보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1986년 언스트앤 위니 사이드에서 회계사를 시작한 홍 전무는 언스트앤영 뿐 아니라 실사 업무와 수 십 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실사란 뭘까. 홍 전무는 "M&A의 가장 출발점"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실사를 통해 밸류에이션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를 하나씩 짚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는 쪽과 파는 쪽의 이견이 있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아내는 데 기본이 되는 요소가 실사라고 답했다. 무엇인가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실사를 통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TOP